춤은 만유한다. 춤추는 남녀 군상을 그린 고구려의 무용총 벽화는 가무를 즐기는 한민족의 상징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모인 데라면 빠지지 않는 힙합의 원형 아닐까. 그 정신을 제14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1)가 잇는다.
29일부터 10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열리는 SIDance 2011에는 '몸, 춤이 되다!'는 주제 아래 17개국 50개 작품이 선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커뮤니티 댄스'를 통해 춤의 사회성 혹은 공공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유럽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커뮤니티 댄스는 사회적으로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춤을 통해 삶의 즐거움과 관계회복 등 치유의 효과를 얻는 활동을 뜻한다.
안무가 정영두씨 등은 서울 지역 10개 청소년 시설을 찾아 '상상학교'를 운영해왔다. 10월 9일 호암아트홀에 오르는 '꿈틀! 드림 어 모션'은 여기서 지난 3개월간 몸과 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힌 청소년들의 꾸미는 무대다. '춤추는 도시'란 이름으로 행사기간 내내 거리와 공원, 전철역 등 시내 곳곳에서 찾아가는 무료 공연도 펼쳐진다.
개막작으로 초청된 독일 자틀란트주립발레단 돈론댄스컴퍼니의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은 멕시코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의 예술혼이 아일랜드 안무가 마거리트 돈론의 해석으로 그려진다. 두 번의 대형 사고로 석고 붕대와 철제 코르셋 안에 갇혀 산 칼로의 내면을 세 여성 무용수의 몸이 그려낸다. 29,30일 서강대 메리홀.
독일 올덴부르크무용단의 'No. 8'은 힌두교 파괴의 신, 창조의 제8요일 등 숫자 8의 의미를 독무에서 8인무까지의 형식을 빌려 풀어낸다. 10월 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한국의 댄스 시어터 까두와 인도 아따깔라리 움직임연구소의 합작 무대 '흔적'(2일 서강대 메리홀)은 시공간에 대한 불교와 힌두교의 관념이 현대와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다. 미국과 프랑스의 두 무용수가 공연하는 '이방인의 노래'(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아랍 세계에서의 성장 경험이 여성성의 문제와 충돌ㆍ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수현무용단 등의 '세계 음악과 만나는 우리 춤 14'(4일 서강대 메리홀)에선 한국의 몸짓이 아일랜드 음악과 만났을 때 이뤄지는 가능성의 세계가 펼쳐진다.
'힙합의 진화Ⅴ'(5일 호암아트홀)는 안무가 안수영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팝핀, 락킹, 그루브, 크림프 등 힙합적 어법에 접합한 무대다.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등 동구권 세 무용단은 신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련의 무대 '동유럽 포커스'(6,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로 동구권의 새로운 움직임을 전한다. (02)3216-1185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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