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마약 압수 과정에서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면, 이와 관련한 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중국에서 히로뽕을 밀반입한 혐의(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임모(4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마약 수사관이 히로뽕 거래 상대방으로 가장해 히로뽕을 건네받은 뒤, 이를 압수하면서도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거나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며 "해당 압수조서는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원심이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수사보고서에도 본인 서명이나 날인이 없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99년 3월 중국 칭다오에서 김모씨로부터 히로뽕 256g이 숨겨진 다기 세트를 건네받아 입국한 임씨는 잠복수사 중이던 검찰 수사관과 정보원한테 이를 넘기다가 적발돼 기소됐다. 임씨는 "심부름만 했을 뿐, 히로뽕이 들어있는 건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1심은 징역 2년6월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검찰의 압수조서와 수사보고서는 적법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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