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뛰어있는 전셋값.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까.
전문가나 연구기관에 따라 전망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올해 하반기 입주물량 감소(서울 평년보다 30% 줄어든 3만7,000가구)와 재건축ㆍ재개발에 따른 멸실(서울 1만6,000가구)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사상 최악의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전셋값 상승의 저항선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수도권의 경우 매매가의 60% 안팎, 기타 지역은 매매가의 70% 선이다. '비싼 전셋값을 내느니 차라리 융자를 얻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저항심리가 작동해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는 변곡점이 바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60~70% 선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 월별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이 최고치에 달했던 시점은 2001년 10월(69.5%)이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전셋값 상승의 마지노선인 '전세가율 70%'와 거의 일치한다. 지난달 말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9.1%. 따라서 전국적으로 아직 매매가의 10%포인트 정도는 더 오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서울 전세가율은 1998년 12월 47.9%에서 꾸준히 상승해 2001년 10월 64.6%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1월 38.2%까지 내려갔다가 8월 말 현재 48.9%로 올라섰다. 수도권 전세가율도 1998년 말 48.1%에서 2001년 10월 67.7%로 최고치에 달했다가 2009년 초 39.8%까지 떨어졌으나 8월 말 현재 50.9%로 회복된 상태다.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 역시 당분간 매매가가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11~17%포인트 정도 더 오를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만일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셈법은 좀더 복잡해진다. 분모인 집값이 커질수록 전셋값도 더 오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통계에 따르면 2000~2001년 전국의 전셋값이 연 평균 10~16% 오르자, 2002년 아파트값은 22.8%나 뛰었다. 전셋값이 집값 상승 뇌관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과는 달리 전셋값 상승이 집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당시엔 외환위기 이후 폭락했던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는 시기와 맞물려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 올렸지만, 지금은 집값이 비싸다는 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 전셋값 고공행진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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