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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契)사기 경보음… 여기저기 "내 돈"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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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契)사기 경보음… 여기저기 "내 돈" 아우성

입력
2011.09.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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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경찰서는 9일 계원 31명이 가입된 100억원 규모의 계 운영자금을 빼돌려 도주한 남모(63)씨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재 피해액은 22건에 2억8,000만원. 경찰 관계자는 "계원들끼리도 서로 잘 모른다고 하고, 계 장부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렇게 운영되는 계는 처음 본다. 큰 돈이 모인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계모임을 운영하면서 판사와 고위 장성의 부인 등이 가입한 강남 귀족계인 만덕계 계주 장모(53ㆍ여)씨가 계원 15명으로부터 25억9,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ㆍ배임)로 구속됐다. 또 지난 7월에는 강남 일대에서 회원 100여명을 모아 원금의 120~130%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20억원을 끌어모았다 계원에게 5억여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계주 송모(33)씨가 구속됐다.

굵직굵직한 계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지만 계는 중ㆍ상류층은 물론 계층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이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사기 사건의 경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경각심이 생겨 비슷한 류의 사건이 잠잠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곗돈 사기는 오히려 빈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새로 계에 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현재의 경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도 안 되는 금융권의 실질금리와 부동산 침체로 돈을 굴릴만한 곳이 사라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장에서 3개의 계에 월급의 절반 수준인 180만원을 넣고 있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은행에 1년 만기 적금을 들더라도 이자 수익은 5% 안팎에 그친다"며 "맨 마지막에 곗돈을 탄다고 했을 때 수익률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 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4~5%에 불과한 은행 금리에 비해 위험성은 높지만 10% 이상이 넘는 계 금리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식,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자 여기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계로 뛰어 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유 자금이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못한 사람들이 계를 조직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불입금액이 커서 한번 일이 터지면 대형 사고가 된다"고 말했다.

신용불량 등으로 시중 금융기관을 통해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도 계를 찾는다. 실제 계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과 여유 자금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구조다. 강남 지역 귀족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돈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돈을 더 많이 굴릴 수 있고,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급전을 구할 수 있어 계주만 믿을 만 하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계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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