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링 위에 오를 필요는 없다." 10ㆍ26서울시장 보선 공천과 관련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보선에 나설 후보 공천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얘기다.
김정권 사무총장도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석 연휴 이후 후보 경선 일정 등을 잡을 계획"이라면서 "야권이 9월 말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이틀 뒤에 경선 날짜가 맞춰지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바람'이 정국을 강타한 마당에 한나라당으로선 지금 어떤 카드를 꺼내 들어도 백약이 무효다. 때문에 바람이 잦아드는 틈을 타 야당 후보에 대적할 '맞춤형 후보'를 내놓으면 그나마 승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한나라당의 전략이 그랬다.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부상하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은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던 맹형규 홍준표 의원 등을 압도했다. 하지만 강금실 바람이 어느 정도 잦아질 때 한나라당은 오세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 후보는 결국 61.1%를 얻어 강 후보(27.3%)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안풍'에 허덕대는 한나라당은 '어게인 2006'을 꿈꾼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에서 김황식 총리 차출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김 총리가 안정적 국정수행 능력을 보여준 만큼 안풍을 탄 박원순 변호사 등을 꺾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보는 것이다. 바람을 경륜으로 꺾어보자는 얘기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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