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상태다. 당장은 강호동이 하차 한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9일 강호동의 '연예계 잠정 은퇴' 선언에 지상파 방송 3사는 모두 비상대책회의를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예고 없는 은퇴 선언에 방송 3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게 돼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강호동은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SBS '강심장' '놀라운 대회 스타킹'의 MC를 맡고 있다.
강호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잠정 은퇴'라는 다소 모순된 표현을 썼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 은퇴라는 말을 썼을 뿐 실제로는 '기한을 정하지 않은 활동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방송가에 미치는 파장은 핵폭탄급이다.
'1박2일'의 나영석 PD는 "최근 며칠간 강호동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은퇴를 생각한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면서 "새로운 멤버 충원 없이 남은 5명 체제로 연말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강호동이 하차 의사를 밝혀 홍역을 치른 뒤 연말까지만 방송하기로 한 데서도 드러나듯 강호동 없는 '1박2일'이 과연 순항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강호동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무릎팍도사' 역시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무릎팍도사는 2주 정도 미리 찍어놓은 분량이 있어서 당장 방송 차질은 없다"면서도 "제작진이 회의 중이다. 추석 이후에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두 개의 프로그램이 걸려있는 SBS 예능국도 이날 비상회의를 열었으나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관계자는 "강호동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모두 방송3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라며 "모두 폭탄을 맞아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강호동은 은퇴 선언 이전에 방송 3사 제작진과 미리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만류도 있었지만 강호동이 더 이상 방송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사를 강력히 전했다고 방송관계자는 전했다. 오랫동안 '국민 MC'로 사랑 받으며 성실한 이미지를 쌓아온 그가 '1박2일' 하차와 종합편성(종편)채널 이동설, 탈세 의혹 등 잇달아 구설에 올라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종편행이 굳어진 만큼 잠시 공백기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거나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지난 7일 한 시민이 강호동의 탈세를 비난하며 검찰에 고발한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강호동의 은퇴 발표 이후 동정론이 크게 일고 있다. 일각에서 지나친 마녀사냥으로 강호동을 몰아붙였다는 반론이 나오는 한편 한국납세자연맹은 9일 세무조사 정보를 언론에 누설한 국세청과 세무공무원을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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