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서울대 법대 72학번들의 인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곽 교육감과 박명기(53ㆍ구속) 서울교대 교수 사이에서 돈을 전달했던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 곽 교육감 캠프 회계책임자로 박 교수 측과 이면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보훈씨가 모두 197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동갑내기 대학 동기이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과 강 교수는 함께 서울대 법대 대학원까지 진학해 급속히 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학자로서 소통을 하던 둘은 1989년 진보적 법학연구단체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를 창립했다. 강 교수가 초대 회장을 맡았고, 곽 교육감은 1992년 3대 회장을 지냈다. 이들의 인연은 방송통신대로 이어져 20년 가까이 끈끈하게 계속돼왔다.
강 교수 지인에 따르면 곽 교육감이 방통대 교수로 가게 된 것도 먼저 이 대학 교수로 있던 강 교수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강 교수는 서울대 법대 지도교수였던 이모 교수가 모교로 오라는 제의를 마다할 정도로 방통대 교수직에 애착이 컸다고 한다. "방통대는 서민들을 위한 평생대학인데 우수한 교수들이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나면 이 학교는 언젠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었고,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곽 교육감은 이러한 강 교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방통대 교수로 가게 됐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 선거캠프의 회계책임자였던 이보훈씨와 곽 교육감의 인연도 학창 시절부터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은 선거운동 당시 "100원짜리 하나도 꼼꼼하게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이씨에게 회계책임을 맡겼다고 한다. 그 만큼 신뢰하는 사이라는 얘기다.
한편, 곽 교육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곽 교육감이 2억원을 건넨 박명기 교수의 변호를 받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의 강훈 대표도 서울대 법대 72학번 동기들이다.
당시 160명이었던 법대 72학번은 성(姓)을 기준으로 세 반으로 나뉘었는데 'ㄱ'으로 시작되는 성을 가진 곽 교육감과 권 장관, 강 대표는 모두 A반이었다고 한다.
법대 72학번의 얄궂은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대법관 중에 박시환, 차한성, 신영철 대법관이 72학번 동기들이다.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동기 대법관이 재판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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