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후에도 열흘 넘도록 연일 비가 내린 지난 여름을 보내고 이제는 한반도 기후의 아열대화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생태ㆍ환경에 관한 논의는 꾸준하지만 그 이상의 과감한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때라는 이야기다.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져 온 두 학자의 연구 기록이 나란히 출간됐다. 국제 비정부기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이사로 활동 중인 김성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솔루션 그린> 을 통해,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는 <임석재의 생태건축> 을 내놓고 자연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한다. 임석재의> 솔루션>
김 교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10년 환경평가지수에서 94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한 한국 환경문제의 현주소로 책을 열며 '한국형 솔루션 그린(Solution Green)'을 모색한다. "과학적 판단과 정책적 결단에 입각한 대전환만이 한국의 생태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에 따르면 화석 연료에 취한, 자동차 중심의, 많이 버려야 성장하는 경제 체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기후 변화의 근본 원인이 에너지원에 있다고 본 그는 화석 연료와 원자력 에너지를 포기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실용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산림 복원을 통한 '국토 개조'로 고용 창출과 바이오매스 에너지, 식량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임 교수가 보는 환경 문제 해결의 줄기는 정치, 경제 체제 같은 도구적 수단이 아닌 사상적 고찰이다. 기술이 낳은 현대의 생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면 한계가 뻔하다는 생각에서다. 저자는 환경 위기의 본질과 그 해법을 서양 문명이 자연을 대하고 운용해 온 사상의 역사에서 찾는다. 그는 일곱 차례에 걸친, 자연을 탐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명과 이에 반발하는 새로운 문명의 갈등 관계에 주목해 환경을 키워드 삼아 서양의 문명사를 정리했다. '일곱 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이라는 부제는 여기에서 나왔다. 예컨대 르네상스 인본주의는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자연 정복 시대를 열었지만 이 때문에 자연을 감성적 대상으로 보는 낭만주의가 등장했다.
건축사학자인 저자는 무엇보다 거친 자연에 맞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 작업으로 시작된 건축이 생태운동의 중심에 있다고 봤다. 자연사상의 흐름을 살펴보며 이를 토대로 진정한 생태문명과 생태건축의 의미를 제시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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