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퇴치 활동의 선봉에 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직원이 재활치료센터 입소자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하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본부에서 2009년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마약사건으로 상급기관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8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과 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당산동 소재 본부로 들이닥쳐 최모(46)씨 등 5명을 체포했다. 최씨는 본부 부설 재활센터 생활지도사로, 마약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활교육을 받고 있던 센터 입소자 4명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마약을 투약한 입소자들의 생활지도를 직접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은 현재 의정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본부 관계자는 "마약 전과자들을 상대로 하는 생활지도사를 구하기가 힘들어 원래 마약을 투약했다 재활센터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했던 최씨를 생활지도사로 쓴 것"이라며 "최씨는 본부 직원은 아니고, 투약 장소도 본부 건물 안이 아니라 인근 여관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씨는 본부로부터 매월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부 관계자들이 연루된 마약 투약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5월에는 본부 재활센터 운영팀장을 지낸 임모(59)씨가 2008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히로뽕을 3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본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올해 15억2,000만원을 받는 등 정부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다. 그러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본부에서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관리감독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식약청이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감사가 외부 감독의 사실상 전부다. 특히 식약청 퇴직 간부가 이 본부의 실질적 책임자인 사무총장을 수 차례 맡기도 했다. 한 마약퇴치운동 전문가는 "식약청 퇴직 간부를 활용해 현장 지도감독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퇴직 간부가 수감기관 간부로 있어 식약청이 제대로 된 감사를 벌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본부를 식약청으로부터 떼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약사들이 선의로 나서서 마약중독자들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다지만 식약청의 일은 마약의 분석과 조사"라며 "운동본부의 일은 복지서비스의 영역인 만큼 식약청 업무와는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7대 국회 때 분리를 추진했지만 '퇴직 간부들이 갈 자리가 없다'고 저항하는 바람에 그렇게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마약퇴치운동 사회단체 관계자는 "민간단체가 한 나라의 마약 예방, 중독자 재활 관련 업무를 독점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복지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현저히 효율이 떨어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재발 방지와 효율적인 재활치료 활동을 위한 연구용역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11월에 결과가 나오면 대대적인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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