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시작한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존속이냐 해체냐'라는 해묵은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유로존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면서 더불어 지내는 것보다 흩어져 살길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들은 산업구조와 경제구조가 애당초 다른 국가들이 단일 화폐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해체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은 "위기에 취약한 유로존의 주변국들이 결국 유로존에서 탈퇴, 자국통화를 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탈퇴나 해체가 쉬운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유로존에 집어넣은 발을 빼려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위스최대은행 UBS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회원국이 유로존을 탈퇴하면 국채, 회사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맞아 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 통화가치가 60% 하락하고 채무조달비용은 7% 포인트 상승하며 무역량은 50% 감소한다. 이를 수치화하면 탈퇴 첫해 국민 1인당 9,500~1만1,500유로, 국내총생산(GDP)의 40~50%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엄청난 부담 때문에 탈퇴를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유로존 붕괴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자들은 전망한다. 게다가 스페인이 7일 재정적자 상한을 명시한 개헌안을 통과시킨 것처럼, 회원국들이 강도 높은 긴축을 법으로 규정하고 한 회원국의 재정이 유로존 자체를 흔들 만큼 악화하도록 방관하지 않는 수준의 감독 체제를 구축하면 유로존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화의 아버지'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등 낙관론자들은 "미국식 연방제를 도입해, 독일처럼 잘 사는 나라가 가난한 회원국의 재정을 보전해주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럽 지도자들이 유로화 해체를 선택할 것으로 보는 것은 그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며 "한번 결혼(통화단일화)한 부부는 시집살이나 처가살이(긴축재정, 재정보전)는 해도 이혼(유로화 해체)은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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