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친구, 지인 간 소통의 도구에 머물렀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진화하면서 기업의 업무 환경까지 확 바뀌고 있다. 최근 외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무 환경에 SNS를 적극 도입해 구성원 간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를 갖추고 소비자 반응에도 민첩하게 대응하는 '소셜 엔터프라이즈'로 거듭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셜 엔터프라이즈란 클라우드 컴퓨터와 SNS를 적극 활용, 각종 응용 프로그램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객관리와 의사소통 등 업무 효율을 높인 기업을 말한다. 코카콜라, 델컴퓨터, 시만텍 등 미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사용 중이거나 구축하고 있다.
소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은 기업의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고 있다. 기존의 '스마트 워크'는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도 원거리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 효율성은 높였지만 수직적 의사 전달과 폐쇄적 업무 환경은 그대로인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소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은 기업 내에서 사용하는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상하 뿐만 아니라 타 부서간에도 활발한 소통을 돕고 있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은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상사에게 이메일 대신 SNS에 적어 알릴 수 있다. 또 영업사원과 개발자 간 업무 관련 의견 교환도 사내 SNS를 통해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업무 참여를 유도하고 창의적인 의견 제시의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업 내 소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소셜 엔터프라이즈의 큰 장점이다. SNS를 활용해 이메일 교환과 회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공유ㆍ활용할 수 있다. 소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은 고객이 사용하는 트위터, 페이스북의 의견 등을 기업 내 시스템으로 끌어오기 때문에 소비자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도 용이하다. 미국 기업의 소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구축을 돕는 세이즈포스닷컴에 따르면 2010년 출시된 기업용 SNS '채터'를 이용한 기업은 이메일 사용량이 기존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고 업무 회의 횟수도 27%나 줄었다.
기업들은 고객 불만이나 의견에 대한 실시간 대응도 가능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올린 제품 평가와 불만 사항들을 실시간 체크하기 때문에 위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SNS가 이미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된 만큼 기업이 콜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불만 접수에만 치중하다간 '소셜 격차'가 생겨 도태되기 쉽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재작년 리콜 사태 이후 소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소비자 차량의 상태를 파악하는 컴퓨터 시스템과 소비자의 소셜 네트워크, 가맹점과 협력사를 하나로 묶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장동인(54) 미래읽기 대표 컨설턴트는 "지금까지 소셜 혁명은 기업의 비즈니스와 무관하게 개인의 영역에서 진행돼 왔다"며 "소셜 엔터프라이즈는 인사ㆍ고객 관리 등 기업의 프론트 오피스를 전면적으로 개혁할, 과거 닷컴 열풍만큼 대단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소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도입에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소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조차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으로 원격근무 도입률은 전 사업체의 0.8%에 불과했다. 이는 2009년 기준으로 기업의 15.3%가 원격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2007년 기준으로 노동자의 49%가 원격 근무를 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홍효진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워크에 대한 CEO와 직원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한 일도 성과로 인정하는 문화 조성과 성과 중심의 인사평가 시스템 구축, 창의성을 촉진하는 스마트워크 환경 조성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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