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전격 공개했다. 처음 추진단계서부터 논란이 많았던 초ㆍ중ㆍ고 교내집회 허용, 두발ㆍ복장 자율화, 체벌 전면금지 등의 민감한 내용이 모두 그대로 담겼다. 특히 교내집회 부분은 같은 진보개혁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추진하려다 진통 끝에 조례에서 삭제한 내용이다. 당연히 찬반논란이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한국교총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학생의 권리ㆍ자유만 강조할 뿐 의무 규정이 없어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반발하는 반면,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진영은 "학생의 기본인권을 보장한 긍정적 내용"이라고 환영했다.
논쟁의 핵심은 역시 교내집회 허용 부분이다. 학생들이 정규 교과과정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교내외에서 자유롭게 집회를 통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집회의 시간ㆍ장소ㆍ방법을 학교가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뒀다.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교육 관련 문제뿐 아니라 민감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집단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학생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적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학생들이 교육과 지도의 대상이며 성장 중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간과하고 있다. 건강하고 주체적인 민주시민으로의 교육이 필요하다면 학교와 교사들의 충실한 프로그램과 지도를 통해 얼마든지 경험과 훈련을 쌓도록 할 수 있다. 교육과 지도 책무를 포기한 채 자칫 외부환경에 쉽게 휘둘릴 가능성까지 방기하지 않도록 좀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조례안을 주도한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공청회 등 관련 절차를 밟는다는 일정을 제시했으나 서울시의회의 구성비로 보아 일단 안이 확정되면 일사천리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개인적 문제를 넘어 결과적으로 교육감으로서의 업무수행 자격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시점이 대단히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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