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주요 특징을 호국불교라고 설명하는 것은 반성과 성찰이 뒤따를 일이지, 자랑스러워 할 일도 계승 발전할 장점도 아닙니다.”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장 흥선(사진) 스님은 지난 6일 불교사회연구소가 주최한 호국불교연구 학술 세미나 ‘조선시대 의승군(義僧軍) 연구’ 발표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호국불교는 폐기해야 할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흥선 스님은 “조선시대 의승군이 산중에서 벗어나 경전 대신 칼과 활을 잡고 전장을 누빈 행위는 백성과 세상을 위한 행위로만 해석돼야 한다”며 “이름없이 스러진 숱한 의승군들과 그들을 이끌었던 스님들이 겨우 왕실을 지키려고 그런 희생을 치렀겠냐”고 반문했다.
흥선 스님은 “인간을 넘어 생명 없는 존재들까지 아우르는 크고 너른 종교인 불교를 호국이나 호국불교로 해석하는 것은 불교를 작고 좁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왕조시대의 불교를 호국불교가 아닌 ‘호민(護民)불교’, ‘호세(護世)불교’, 나아가 ‘호생명(護生命)불교’로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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