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찾는 게 내 평생 소원이고 그 애만 찾으면 죽어도 됩니다."
대구에 사는 곽모(76)씨의 외동아들은 유독 버스 타는 걸 좋아했다. 지적 장애가 있던 아들은 버스를 타고 가다 몇 번 길을 잃었지만 곧 집에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1985년, 17살이던 아들은 또 버스를 탄 것으로 추정됐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곽씨는 평생 마음을 졸이며 전국을 누볐다. 얼마 전 경찰로부터 "경북 영천의 한 병원에서 아들로 추정되는 이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은 44세가 된 곽씨 아들은 85년 대전에서 발견된 후 지역 시설 등에 있었다고 한다. 9일 26년 만에 아들과 상봉하는 곽씨는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추석을 앞두고 경찰이 지난 2주 동안 실종자 일제 수색을 실시, 전국의 섬, 조업 중인 어선, 각종 보호시설 등지에서 실종아동, 지적 장애인, 가출인 등 총 1,483명을 찾았다. 외딴 섬에서 노역에 시달린 장애인부터 가출 후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해 온 청소년들까지 찾아낸 사람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인 정모(53)씨는 갓난아이일 때 길에 버려졌다. 전남 여수시에 사는 한 할머니가 그를 거둬 키웠지만 곧 숨졌다. 정씨는 이후 여수시 돌산도의 한 농가에서 노부부와 함께 살았지만 2007년 할아버지가 숨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정씨는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며 돈도 받지 못한 채 하루 종일 밭에서 할머니 오모(68)씨의 깨, 콩 농사를 대신 지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정씨를 장애인 복지시설에 입소시키고 오씨의 범죄 혐의에 대해 내사 중이다.
부산에 사는 김모(81)씨는 25년 전 사망신고까지 한 딸 류모(53)씨를 32년 만에 다시 만났다. 남편과 사별하고 셋째 아들은 지뢰를 밟아 사망한 데다 위암에 걸린 김씨는 혼자 살고 있다. 그러던 중 경찰이 정신요양시설에 있던 류씨의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 7일 김씨와 상봉했다. 경찰은 "김씨가 류씨를 보자마자 딸인 것을 알아보고는 어쩔 줄 몰라 할 정도로 굉장히 기뻐했다"고 전했다.
가출청소년들의 집단합숙소를 뜻하는 소위 '꿀림방'에서 생활하던 청소년들도 찾아냈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가출 청소년 5명이 거제시 지하 2층의 2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서 생활하는 것을 발견, 가족에게 돌려보냈다. 이들은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월세 26만원을 내고 끼니는 편의점 인스턴트 식품으로 해결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8일 "집단 혼숙을 하거나, 절도 성매매 등 범법 행위를 하는 가출청소년들이 늘고 있는데 이번 수색에서 꿀림방 4개를 발견하는 등 모두 564명의 청소년을 가족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도서지역 수색에 동행한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회장은 "넓은 바다가 마치 실종자 가족들의 깊은 슬픔을 대신하는 눈물처럼 보였다"며 "도서지역 수색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