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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사랑/ 추석나눔 - 악기 연주하는 시각장애 신나라양 "플루트도 배우고 싶었는데 성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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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사랑/ 추석나눔 - 악기 연주하는 시각장애 신나라양 "플루트도 배우고 싶었는데 성금 감사"

입력
2011.09.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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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왜 좋으냐구요? 화 나는 일이 있거나 걱정이 생겨도 항상 함께 해주니까요."

7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빛맹아원. 시각장애 1급인 신나라(14)양은 선생님이 나타나자 팔에 안긴 채 장난을 걸었다. 눈 앞의 사물도 보지 못하지만 타자 소리를 듣고는 "어, 노트북이네"라고 관심을 보였다. 영락없는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녀였다.

매일 한빛예술단 연습실에서 갈고 닦은 나라의 트럼펫 연주 실력은 수준급이다. 주민회관이나 교회 등에서 열리는 한빛브라스앙상블 공연에서 러시아의 음악가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 등을 능숙하게 연주한다.

눈 앞의 빛을 겨우 인식할 정도로 시력이 떨어지는 나라에게 음악은 한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나라는 9살 때인 2006년부터 한빛예술단에서 노래와 피아노, 트럼펫 연주를 배웠다. 그는 "우울하다가도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나라는 1997년 선천성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경북 경산의 한 재활원으로 옮겨졌고, 2001년 한빛맹아원으로 전원됐다. 네 살 때 부모님이 없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이미 알고 있어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 나라는 유난히 사람이 그립다. 오랜 혼자 생활에다가 사춘기가 온 탓이다. 그는 "가끔은 엄마 아빠가 그립다"며 "지금은 커서 선생님께 말할 수 없는 고민도 많은 데 친구들도 바빠서 얘기할 시간이 많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기영 선생님은 "명절 때 집에 갔다 오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나라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고 귀띔했다.

아동ㆍ청소년 시절에는 체형이 커지는 것에 따라 악기를 바꿔야 하는데 나라는 5년 전 물려 받은 트럼펫을 아직 쓰고 있다. 한 악기사가 예술단에 새 트럼펫을 기부했지만 트럼펫 주자가 6명이나 돼 아직 나라 몫으로 배정되지 않았다.

내고장사랑운동본부는 나라를 비롯한 한빛예술단을 위해 그간 모아진 내고장사랑운동 기금 중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 이 선생님은 "나라가 요즘 플루트를 배우고 싶어하는 데 레슨비 때문에 못했는데 이 성금을 보탤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선생님은 그러나 "앞으로 일반대학 음대에 가면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시 예산으로 운영하는 맹아원 형편상 안마사 이외의 진로를 꿈꾸는 아이들을 뒷받침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나라의 딱한 사정을 들은 탤런트 변우민씨는 지난 주 나라를 만나 멘토가 돼 주기로 약속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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