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극장가 상차림은 역시나 풍성하다. 연휴는 짧지만 한국영화 4편이 추석을 겨냥해 개봉했다. '푸른 소금'과 '통증' '가문의 영광4 : 가문의 수난' '챔프'가 대목 시장 왕좌를 노린다. 로맨스와 코미디 등 장르도 다양하다. 영화 팬들이 골라볼 수 있는 구색은 일단 갖춘 셈이다.
사랑
송강호와 신세경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푸른 소금'은 누아르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종국엔 로맨스에 방점을 찍는다. 조직폭력배의 2인자로 화려한 뒷골목 생활을 하다가 새 삶을 살려는 중년 남자 두헌과, 그를 살해하려다 묘한 감정에 빠져드는 세빈의 사연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조금은 헐거운 이야기 전개가 약점. '그대 안의 블루'와 '시월애' 등으로 강한 이미지를 구현했던 이현승 감독이 시각적 표현에 무게를 뒀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쥔 '통증'은 정통 멜로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 통증을 못 느끼게 된 남자 해결사와, 혈우병을 앓고 있는 외로운 여인의 감정 교차에 초점을 맞췄다. 고독과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무표정한 얼굴에 아로새긴 권상우의 연기는 꽤 수준급. 비극을 향해 치달으면서도 작은 유머를 잊지 않는 여유로운 연출과 없는 자를 향한 따스한 시선이 관객의 가슴을 데운다.
감동
경마를 소재로 한 '챔프'는 감동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려 한다. 잘 나가는 경마 기수였다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기수 자리까지 놓아버린 남자 승호(차태현)의 사연이 기둥을 이룬다. 승호가 같은 사고로 경주마로서 생명을 잃은 절름발이 말 우박이를 우연히 만나 다시 우승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이 감동을 엮어낸다.
경주마들의 경쾌한 질주, 아빠와 딸의 사랑, 사람들의 우정이 곁들여져 다양한 재미를 주려 한다. 어떤 역할이든 제 몫을 다하는 차태현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다만 웃음과 감동 등 종합선물세트처럼 여러 가지 재미를 주려는 과욕이 흠. 큰 기대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
웃음
'가문의 영광 4'는 웃음으로 승부를 건다. 개봉할 때마다 300만 이상의 관객몰이에 성공했던 시리즈의 특징을 이으려 한다. 폭력에서 김치장사로 업종을 전환한 조폭 집안의 일자무식 유머가 관객의 배꼽을 노린다. 생애 처음으로 해외여행에 나선 조폭 가족의 비행기 내 행태, 일본에서 잃어버린 가방을 찾기 위해 벌이는 소동 등이 상영 시간을 채운다.
아무리 속편이지만 딱히 변하지 않은 유머를 밀어붙이는 다짜고짜 화법이 좀 무리수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평. 트렌드에 민감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래도 명절엔 코미디'라는 오랜 속설이 최고의 무기가 될 듯. 이도 저도 아니고 복잡한 영화보다 웃는 게 남는 것이라는 관객에게 제법 무난할 듯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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