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 체육분야 조사 보고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 체육분야 조사 보고서'

입력
2011.09.07 12:02
0 0

대구 세계육상대회가 4일 끝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올해 세계육상대회 개최에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까지 한국은 스포츠 국제대회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체육 강국이다. 하지만 이만큼 오기까지 한국 근대체육의 역사가 담긴 유물을 보존하고 정리하는 일은 소홀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 후 정치적 사회적 격변을 겪으면서 많은 유물이 훼손됐거나 행방조차 모른다.

문화재청이 체육 분야 근대문화유산의 실태 파악에 나섰다. 어디에 어떤 유물이 있는지 조사하는 연구 용역을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근대문화유산 체육 분야 목록화 조사 보고서'를 냈다. 개화기부터 1960년까지 한국 체육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여러 기관과 개인이 소장 중인 유물 169건을 목록으로 정리했다. 앞으로 문화재 등록과 관리, 연구에 쓰일 기초 자료다.

해당 유물들은 각종 체육 행사 자료와 메달ㆍ상패 등 기념품, 훈련과 교육에 썼던 장비와 용품, 서적, 사진, 엽서 등이다. 1910년경 제작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화, 한국 최초의 프로골퍼 연덕춘(1916~2004)이 1930년대 연습할 때 쓰던 골프채, 한국 최초의 체육 전문 월간지인 1924년 <조선체육계> 창간호, 일제강점기 체육 교재, 1955년 전국체육대회에 처음 등장한 성화봉 등 세월의 때가 묻은 유물들을 사진과 해설을 붙여 목록으로 정리했다. 해방 후 유물이 106건으로 가장 많고 일제강점기 유물이 55건,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이전의 구한말 유물은 8점밖에 안 된다.

한국 근대체육의 역사는 1878년 강화도조약에 따른 개항을 기점으로 삼는다. 선교사나 교사로 들어온 서양인들이 축구 야구 농구 육상 등을 조선에 소개했다. 연식정구와 유도, 자전거는 일본인들이 들여왔다. 이 신식 스포츠들은 학교의 운동회와 체육단체 활동을 통해 보급됐다.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 근대체육의 초창기 풍경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은 격세지감이 있다. 구한말 축구는 인원 수와 시간 제한이 없었다. 골대의 높이와 폭에 대한 규정도 없어서 골키퍼 키를 기준으로 했고, 기술은 멀리 차기를 최고로 쳤다. 야구는 한복에 짚신 신고 하다가 재일 조선인 유학생들이 1912년 고국 원정 경기를 와서 유니폼과 스파이크화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권투도 초기엔 규칙을 잘 몰라서 연습 도중에 싸우질 않나, 상대 선수가 링 밖으로 떨어지거나 도망을 가면 쫓아가서 때려 관중들이 둘로 갈려 패싸움을 하기도 했다.

일제 치하인 1923년 필사본으로 남아 있는 한국 최초의 축구 응원가는 가사가 재미있다."동에 번적 서에 번적 넓은 마당에 무쇠다리 번기불 달녀 뒤돈다, 맹호 갓흔 우리 선수 대적할 주구야, 후래이 후래이 후래이 용감한 보광 건아들."

1947년 12월 발행된 올림픽후원권은 해방 후 가난한 신생국의 고충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나갈 돈을 마련하려고 찍은 한국 최초의 복권이다. 100만장을 팔아서 모은 8만달러로 선수단 66명이 런던에 갔고, 역도에 김성집, 권투에 한수완이 각각 동메달을 따서 올림픽 시상대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올렸다.

이번 조사 보고서는 근대체육의 많은 유물이 방치된 채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물의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국외 유물 발굴과 구술 사료 수집, 1960년 이후 유물의 수집과 보존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문화재청 홈페이지(www.cha.go.kr, 정보공개_간행물)에서 볼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