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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혼자냐 싫은 소리, 피하지만 마세요
■40대 초반 직장인(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올 추석에도 어디 그냥 여행이나 다녀올까 봐요. 사람들이 얘기하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저로선 해마다 명절이 곤욕이에요. 이번 추석 연휴는 주말이 이어져 나흘이나 되니 스트레스도 그만큼 길어질 것 같네요. 일도 좋지만 짝을 만나야지, 네가 뭐가 부족해서 아직도 남자가 없니, 누구누구네 아들 아직 혼자라던데 만나볼래…. 평소 연락도 뜸하던 친척들이 보자마자 안쓰러운 얼굴로 이렇게 한마디씩들 하시는데, 솔직히 마음에도 없는 말인 거 다 알죠. 마흔 넘고 개인사업하며 나름대로 잘 살고 있고 어쩌면 독신이 편하겠다 생각도 드는데, 이젠 포기들 하실 때 되지 않았나 싶어요.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보통 명절증후군 하면 힘들게 음식을 장만하거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들의 문제라고 여기게 마련이죠. 하지만 미혼 남녀가 겪는 이런 스트레스 역시 명절증후군의 하나에요. 남자보다 여자가 좀 더 민감합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많이 겪은 여성일수록 가족 문화에서 자꾸 빠져나가려고 하게 되죠. 실제로 이들이 가족 문화를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가족 중심 문화가 강했던 예전에는 집안 어른들이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해도 덕담처럼 들을 수 있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뚜렷한 요즘은 다릅니다. 서로 다른 세대 간에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을 존중해주지 않으면 충돌할 수밖에 없어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피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닙니다.
이번 명절엔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당당하게 집안 어른들을 한 번 맞아보세요. 싫은 소리에라도 적당하게 대답하고 넘길 다짐을 단단히 하는 겁니다. 그렇게 극복하지 않으면 진짜 병이 될 수 있으니까요.
가슴이 답답하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하는 여러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특정 병명을 붙이기엔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걸 증후군이라고 하죠. 그 중 몇몇 증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면 병이 되고요. 실제로 명절증후군이 우울증이나 공포증 같은 정신과 질환으로 악화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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