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어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의미 있는 대북 제안을 했다. 역대 정부의 퍼주기 식 지원 원조를 탈피해 북한의 농업생산력 회복을 통해 식량생산의 기본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대북지원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북한이 원하는 2,3개 지역에서 관개개발사업과 간척개발사업, 토지정리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방향이어서 악화일로인 남북관계의 물꼬를 돌릴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홍 대표는 취임 후 남북관계 전환에 의욕을 보여왔다. 11월쯤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만한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는 언급도 그 하나다.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합의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라고 한다. 집권당 대표가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동떨어져 너무 앞서 나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원칙을 앞세운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에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는 홍 대표 나름의 확고한 판단 하에 내는 목소리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홍 대표는 대표연설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유지하되 좀 더 유연한 상호주의로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적극적 통일 준비를 위해 대북정책의 ‘쓰리 트랙’(Three Track) 가운데 답보상태인 북핵 문제, 정치ㆍ군사 문제가 아니라 경협 및 인도적 지원분야 활성화로 돌파구를 찾는 우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대결이 장기화하면 결국 북한에 핵 능력 강화 시간만 벌어주는 등 역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본다.
여권 내부에서는 홍 대표의 제안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홍 대표 측이 사전에 대표연설 내용을 청와대에 알렸지만 충분한 교감이 이뤄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 남북관계에서 국면 전환을 꾀한다면 시간이 많지 않다. 마침 원칙 못지 않게 실용노선을 강조하는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후임 통일부장관으로 내정됐다. 충분한 당정 협의와 조율을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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