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새롭게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된 위암 내시경절제술(ESDㆍ내시경칼로 위벽에서 암덩어리를 떼어내는 수술)에 대해 건보수가(진료비)가 너무 낮다며 주요 병원들이 시술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사상 초유의 시술거부사태 발생에는 독점적으로 내시경칼을 공급하는 일본 제조업체 O사가 수입원가(관세제외) 5만~10만원대인 내시경칼을 "기존 판매가대로 20만~40만원은 받아야 한다"며 공급을 중단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시경칼 원가 5만~10만원
국내 내시경칼 시장의 75%를 점유하는 O사 한국법인 관계자는 6일 "내시경칼 1개 수가 9만원은 원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공급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관세청에 자료를 요구한 결과 판매 1위 제품의 수입원가는 10만원 초반대, 판매 2위 제품은 5만원 정도였다. 이보다 더 싼 제품도 있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O사가 원가 증빙자료를 내지 않았고 본사 방침이라며 제품별로 원가 차이가 나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아 2위 제품을 토대로 원가를 정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측은 "정확한 원가산정 근거를 제출하면 수가 조정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계속 협조를 하지 않다가 고시를 하니 공급을 끊는 경우는 지금껏 전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ESD 적용 어디까지 안전한가
ESD시술을 주로 하는 소화기내과학계도 수가가 낮고 적용대상이 제한적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는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위선종(위암 전단계)이나 조기 위암에 한해 2cm 이하의 위암만 수술하도록 제한했고,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을 때 150만~300만원 하던 진료비는 30만원선(행위수가 20만원대 + 재료수가 9만4,950원)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외과 의료진 사이에서는 오히려 건보 적용 범위가 너무 넓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형호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절대 전이가 없는 위암(절대적응증)이란 2cm 미만, 궤양이 없고, 림프관이나 혈관 침입이 없고, 점막하층에 들어가지 않은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절대적응증에 대해서만 ESD가 적용되어야 옳은데도 이번에 고시된 적용 범위에는 점막하층 수술도 포함돼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조기위암이라도 전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95~99% 완치되는 복강경이나 개복(開腹)수술이 안전하다는 것이 외과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최황 보험이사는 "일본 논문을 상당수 심평원에 제출했다"고 반박했지만 심평원 전문가자문회의에 참여한 문재환 한일병원 외과과장은 "일본 논문들도 2cm 이상의 종양에 대해서는 치료효과에 확신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일본은 ESD 보험적용 대상을 절제 범위 기준 3cm로 허용하고 있는데, 암 크기 기준 2cm 이하인 우리의 적용대상과 비슷한 셈이다.
개복수술 외에 대안 없다?
심평원 관계자는 "기존 위암 수술법 중에는 EMR(내시경 고리로 위암을 절제하는 수술)이나, 복강경(배에 구멍을 내고 기구를 넣어 하는 수술)도 있는데, 병원들이 마치 ESD를 하지 않으면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 것처럼 환자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MR은 2001년부터 보험이 적용돼왔다. ESD가 내시경 칼로 잘라내는 것이라면 EMR은 고리로 떠내는 것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