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10ㆍ26 서울시장 보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안 원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보수와 진보 양측의 공격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은 전날까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한나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며 안 원장의 무소속 출마에 제동을 걸었다. 또 안 원장이 한나라당을 비판한 뒤 야권 단일화 입장을 밝히자 한나라당은"정치판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안 원장 때리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안 원장의 출마 의지가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출마 선언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출마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을 통해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전국적 관심사로 급부상하자 당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선거판이 커지면서 당혹스러워 했을 것"이라며 "중도 성향의 인사가 좌우의 공격을 받고 국민여론도 찬반으로 양분화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불출마 쪽으로 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정가 일부에서는 안 원장이 더 큰 꿈을 위해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지를 접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출마 선언은 내년 대선으로 가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4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율을 확인한 것으로 차기 대선주자로서 급부상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안 원장은 자신의 대중적 인기도를 공개적으로 확인시키면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자신의 높은 지지율이 결국 거품 현상으로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돌입하면 지지율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은 1995년 벤처기업인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정부의 도움을 받아 10년간 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울대 교수 임용 과정 등도 살펴볼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진성호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의 주변인물과 최근 (주식 폭등으로) 400억원 늘었다는 재산 문제 등이 검증을 받게 될 것"고 말했다.
게다가 안 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주변에 윤여준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출신 인사가 포진하고 있다는 점 등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자신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 등 가족들이 출마를 만류했을 가능성도 있다.
청춘콘서트에 함께 참여했던 서울대 조국 교수는 이날 라디오에서 "안철수 선생이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 하더라도 어떤 분과 함께 시정을 이끌어 갈 것인지는 당연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안 원장은 불출마 선언 배경과 관련해 박원순 변호사와의 인간적 관계를 이유로 꼽고 있다. 안 원장은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출마설을 둘러싼 정치적 파장이 커지니까 명분을 내세워 수습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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