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치권을 근본부터 뒤흔든 '안철수 돌풍'은 일단 5일간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선 출마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 전체가 들썩였지만 불과 닷새 만의 불출마 선언으로 안철수 신드롬은 우리 정당정치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휴지기를 갖게 됐다. 물론 안철수 돌풍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영향을 주게 되므로 여진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현상에 대해 "정치를 희화화한 코미디"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신드롬은 지난 1일 밤 9시20분께 한 인터넷 매체가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임박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안철수연구소는 이날 밤 10시20분께 트위터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밤 11시20분께 글을 삭제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안 원장은 다음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과 달리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게 많다"며 출마 검토 사실을 공식화했다. 안 원장의 발언 이후 정치권은 요동쳤다. 지난 3,4일 실시된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30% 후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원장은 그러나 닷새간의 짧은 기간에도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출마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안 원장은 자신의 정치 이념에 대해 지난 2일 '여당도 야당도 아닌 중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4일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응징 당해야 역사가 발전한다"면서 자신의 정치 성향이 '반(反)한나라당'임을 드러냈다. 이어 6일 여의도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고 많은 사람의 어려움을 풀어주면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을 비판한 데 대해 "무상급식 부분에 국한해 그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도 명쾌하지 않았다. 출마설이 처음 불거진 뒤 나온 그의 발언들은 출마 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4일 인터넷 매체 인터뷰에선 "박원순 변호사가 원하시면 그쪽으로 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출마 입장을 밝힌 6일 오전까지도 "(보선에) 나가게 되면 무소속"이라며 끝까지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안 원장은 지난 2,3일 박원순 변호사와 두 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은 뒤 출마 의사를 접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이 이메일을 통해 박 변호사의 강한 출마 의지를 확인한 뒤 불출마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에선 5일간의 안철수 신드롬은 우리 정당 정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당 정치의 근본이 순간의 바람에도 크게 흔들릴 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 모두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해 국민 신뢰를 회복할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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