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보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을 강타한 '안철수 쓰나미'가 일단 멈췄다. 하지만 단순히 출마설만으로도 강력한 파괴력을 보인 만큼 내년 총선ㆍ대선과 맞물려 그의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대통령후보= 안철수, 서울시장후보= 박원순' 시나리오를 포함한 제3의 정치 세력 등장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아니요, 전혀요. 지금 시장 선거 문제만으로도 고심하던 참이라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일에도 "대통령이라면 크게 바꿀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이미 안 원장이 대선 가도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 30대의 폭발적 지지를 확인한 만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미 대선 주자군에 포함됐다는 얘기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앞으로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질문에 안 원장은 반드시 포함될 것이고, 그러면 상당한 지지율을 보일 것"이라며 "'박근혜 대 안철수'의 가상 대결이 언급되면서 자연스레 유력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서울시장 보선 결과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국가공무원 신분임을 들어 박원순 변호사의 선대위원장을 맡는 대신 '심정적 지지 의사' 표시 등 간접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지는 않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안 원장 개인의 정치적 항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박 변호사가 선거전에서 승리할 경우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바라는 여론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안풍(安風)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 변호사가 패배할 경우 안 원장의 대중적 인기도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교수도 "안 원장이 대선에 나가고 박 변호사가 시장 선거에 나간다고 했다면 결국 박 변호사가 당선돼야 안 원장도 대선으로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이번 선거에 실패할 경우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뜻이다.
또 기존 정당들의 압박과 검증도 관건이다. 여권 관계자는 "안 원장은 정치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반대 급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링에 오르자마자 혹독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정치 실험에 나서더라도 결국 '제2의 박찬종, 문국현'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안 원장의 권력 의지가 냉혹한 정치 현실을 감당해 낼 만큼 강하지 않다는 평가도 그의 정치 실험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로 작용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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