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도전과 실험은 또 다른 미래로 열려 있다. 창작 무용단 창무회(대표 김매자)가 35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 춤 자체에 대한 언급이기도, 현실에 대한 춤의 발언이기도 한 이 자리는 창무회의 대표적 안무가 3인의 합동 무대다. 인접 장르의 어법을 적극 원용해 무용의 지평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은 여전하다. 김씨는 "각각 너무나 상이한 어법과 주제지만, 실험성을 갖고 객석이 직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공통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선미의 '월령 2011 - 2 Empty 2 Sun'은 30분 동안 4명의 무용수가 생명의 순환을 그려 보인다. 전남 화순의 운주사에 간직된 천불천탑 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김재철 등 세 명의 타악 주자가 실제 상황에 맞춰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으로 더욱 생동감을 얻는다. 연극 배우, 무예인을 등장시켜 무용수와 다른 움직임을 추구하는 무대는 온화한 가운데 끊임없는 긴장과 생성의 기운이 넘친다.
김지영의 '박신(剝神)'은 생명력이 상실된, 박제 같은 사물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다섯 무용수들의 희비극적 몸짓에 녹여 낸 작품이다.
최지연의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 이것은 시가 아니라 통곡이다'는 한반도 북쪽에 엄존하는 300만 아사자를 읊은 장진성 시인의 동명의 시를 모티브로 해 또 다른 한민족의 현실을 그린다. 딸을 판 돈 백원으로 밀가루빵을 산 뒤, 어디론가 가는 딸의 입에 빵가루를 털어 넣어 줬다는 시의 내용이 무용수들과 그들이 조종하는 인형들에 의해 그려진다. 인형 제작자인 김원경이 만든 인형, 연극적 서사가 가득한 원래의 시, 무용과 마임을 오가는 몸의 움직임 등은 무용 어법이 현실을 강하게 끌어안을 때 이뤄낼 수 있는 가능태를 보여 준다.
1986년 창단한 창무회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방식을 두고 실험을 거듭해 오고 있다. '내 딸…'에 대해 김씨는 "어릴 적 1ㆍ4 후퇴 때 각인된 공포의 기억을 잇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2013년 5월 캘리포니아에서 현지 안무가 그룹과의 공동 작업으로 무대화하기로 돼 있다"고 전했다. 8, 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704-6420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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