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사람 한 명 살지 않고 수도권이 궤멸되는 위기감을 느꼈다."
2일 퇴임한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가 도쿄(東京)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당시 긴박했던 위기 상황을 털어 놓았다.
간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사고 발생 4일 뒤인 3월 15일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당시 경제산업장관으로부터 도쿄전력이 직원을 원전에서 철수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도쿄전력 본사를 방문,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 사장을 불러 회사 본점에 통합대책본부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간 전 총리는 "당시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철수하는 것을 방치했더라면 수십 시간 안에 원자로내 냉각수가 고갈돼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로 인해 체르노빌 사고의 수십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을 수도 있었다"며 "당시 상황은 일본이 국가로서 성립할 수 있느냐의 기로였다"고 덧붙였다.
간 전 총리는 "사고 발생 일주일간은 가장 위험했던 시기로, 도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정경이 머리에 떠올라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일본의 기술력이라면 원전을 개발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간 전 총리는 도카이(東海) 대지진의 진원지에 세워진 시즈오카(靜岡)현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 중단을 결정한 것도 "하마오카는 지진 가능성이 특히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더 이상 사고 이전의 안전 기준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만명, 20만명도 아니고 수도권 3,000만명이 피난하려면 피난할 곳도 없다"며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탈원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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