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가 차에 오르자 카시트가 심장 박동수를 체크한다. 평소보다 심장 박동수가 빠르다. 운전자가 스트레스가 많아 이대로 운전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한 자동차는 충전을 위해 차량에 연결되어 있던 휴대폰의 송수신 기능을 차단한다.
맥박이 가라앉자 잠시 후 출발. 자동차는 기상청 홈페이지에 자동 접속, 목적지까지 대기 오염도가 가장 낮은 경로를 제시한다. 외부날씨에 따라 에어컨이나 히터로 차량 내의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건 기본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에는 포드의 환상적인 컨셉트카 '에보스'가 전시되고 있다. 자동차와 클라우드 컴퓨팅기술이 접목돼 만든 스마트카다.
기술의 대세가 스마트쪽으로 이동하면서, 산업간 이종교배가 한창이다. 전통산업이 IT기술과 접목되면서,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종교배의 중심엔 자동차가 있다. 세계 최대 칩셋 메이커인 인텔과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는 5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개발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인포테인먼트란 인포메이션(정보)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 이번 제휴에 따라 인텔은 영화 TV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무선인터넷과 연결된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및 게임 등을 포괄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현대차에 제공한다. 자동차 실내가 이젠 안방극장처럼 된다는 얘기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최근 자동차 안에서 즐기는 디지털 생활의 핵심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인텔과 함께 고객들의 편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차세대 차량 IT 기술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등 11개 글로벌 IT기업들은 올해 4월 현대ㆍ기아차 및 GM, 폭스바겐, 다임러 등 자동차 업체들과 스마트카 개발을 위한 '카 커넥티비티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일본 도요타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한 차세대 전기차 개발에 나서기로 선언하는 등 자동차와 IT의 결합은 점점 더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전통적인 굴뚝산업들도 IT와 속속 동거에 들어가고 있다. 조선 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월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함께 건조 선박내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설치를 완료했다. 이 덕분에 건조 선박 내에서도 휴대폰 통화가 가능해지면서 근로자들의 안정성과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도 바코드인식기를 직접 대지 않고, 먼 거리에서도 철강 제품의 보관 및 출고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무선주파수식별시스템(RFID)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 시스템을 올해 5월부터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 도입, 물류 운송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종산업간 교배는 광고판까지 똑똑하게 만들고 있다. KT는 공공장소나 개인사업장 등에서 각종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말 2만6,000여개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운영 중인 KT는 내년까지 11만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기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위원은 "하나의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젠 산업간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동력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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