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내년 1월부터 약가 인하 정책이 시행될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지만, 최근 불거진 리베이트 사태로 여론을 등에 업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제약협회는 5일 회원사 간담회를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청와대 신문고 등 각종 게시판에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글 게재하기, 트위터나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활용한 여론전 전개 등을 결의한 것.
지난달 12일 보건복지부가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의 가격 산정 기준을 30% 낮추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 본격적으로 반대 여론 형성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약협회가 정부 발표 직후 이의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한 회원사 서명운동과 홈페이지 팝업창 게재 캠페인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현실화하면 연간 3조원에 달하는 약가가 일제히 인하되는데 이는 제약업계의 연간 평균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최소 3년간은 현금 보유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는 것은 물론 대규모 인력감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도 "전체적으로 신규 채용 소식이 사라졌고, 이미 일부 중소업체들은 영업직원을 중심으로 감원을 시작했다"면서 "8만 제약인 중 최대 2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당장 협회 회원사들의 호응이 크지 않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한 약가 인하 정책 반대 서명운동의 회신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게재한 회원사도 극히 일부다. 약가 인하로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의약품 목록을 많이 확보할수록 업계의 발언권이 커지겠지만, 아직은 10여 개 품목만이 접수됐을 뿐이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리베이트 사태로 인해 업계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면서 지지여론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약가 일괄인하 정책은 다수의 영세업체들을 사지에 내몰아 결국은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일부 업체의 리베이트 관행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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