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백화점 앞에 '붉은 허리케인'이 들어섰다.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론 아라드(60)가 한국에 처음으로 공공조형물'소용돌이'(VORTEXT)를 설치한 것이다. '소용돌이'는 2월부터 아라드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높이 17m, 지름 8,5m의 붉은 알루미늄이 유선형으로 감겨 올라가며 2만4,000여개의 LED조명이 부착됐다.
아라드는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느끼는 서울은 항상 어떤 일들이 재빠르게 일어나고 사라진다"며 "IT 프로젝트와 기술적 생산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테크놀로지의 각축장이기도 해서 LED조명을 통해 활기찬 서울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용돌이'는 둥그렇게 말려 올라가는 듯한 곡선이 특징이다. 그는 "곡선은 자연적이고 유동적인 느낌을 주는데,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해서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곡선을 만들어내는 데서 나도 즐겁고 관객도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LED 조명판에는 걸어가는 사람, 달리는 자동차, 떼지어 걸어가는 동물과 날아오르는 UFO 등 다양한 형상들이 표출된다. 또 옆에 놓인 조정판을 이용해 관객들이 직접 텍스트를 입력할 수도 있다. "제가 만든 것은 캔버스 역할일 뿐이죠. 그 안에 내용과 의미를 넣는 것은 관객의 몫입니다." 그는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조형물인 만큼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가길 원한다고 했다.
디자인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아라드는 "디자인할 때 '만약 이걸 하면 어떨까', '만약 이 재료를 쓰면 어떨까'하고 생각한다"며 "디자인은 그간 보지 못했던 것,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했다.
이스라엘 태생의 아라드는 영국에서 순수미술, 건축 등을 아우르며 산업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금속재료로 부드러운 곡선을 연출해 '테크놀로지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대표작으로는 책꽂이 '책벌레', 이음새 하나 없는 '탬퍼드 체어'등 산업제품 디자인이 있다.'소용돌이'는 대성산업이 25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것으로 구로구 상징조형물로 구로구청에 기부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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