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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지금 고추전쟁/ 흉작으로 값 폭등… 절도 기승에 순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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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지금 고추전쟁/ 흉작으로 값 폭등… 절도 기승에 순찰 비상

입력
2011.09.0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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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유난히 긴 장마와 해충 확산으로 고추 수확이 크게 줄면서 전국에서 '고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추 가격이 치솟으면서 매점매석은 예사고, 고추 도난 사건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원 화천경찰서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화천군 간동면 텃밭에서 햇고추 18㎏(55만원 상당)을 도난 당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민교육감은 부인(54)과 함께 틈틈이 기른 고추를 지난달 31일 수확해 비닐하우스에서 말리던 중이었다. 경찰은 "최근 고추 값이 폭등한 후 고추 절도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도둑이 들끓자 농가들이 고추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원 영월군에서는 농민들이 보안시설을 갖춘 비닐하우스를 별도로 임대해 고추 건조작업을 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에서는 자체 순찰을 돌거나 불침번을 서는 마을이 늘고 있다. 경북 영양경찰서는 고추 농가가 집을 비울 때는 반드시 고추를 마을창고에 보관해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5일 현재 건고추 시중 소매가격(상품 600g)은 1만9,709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7,011원)에 비해 3배 가까이 폭등했다. 8월 중순(1만4,000원선)부터 시작된 고추 값 상승세는 추석과 맞물려 당분간 지속될 전망된다. 귀성객 상당수가 고향에서 김장용 고추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고추가 '금(金)추'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수확기에 비가 계속 내리면서 탄저병, 역병 등 병충해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사상 유례없는 흉작으로 올해 고추 생산량이 평년보다 34%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값이 치솟으면 농민들은 좋아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농사를 거의 망쳐 내다팔 고추가 없기 때문이다. 3,300㎡ 규모의 고추 재배를 하는 이모(61ㆍ충북 괴산군 칠성면)씨는 고추밭의 절반인 1,650㎡가 탄저병으로 말라버려 건질 게 거의 없다. 이씨는 "40년 넘도록 고추 농사만 지었지만 올해같이 심한 흉작은 처음 겪는다"며 "고추 농사를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고추 품귀로 전국의 고추 축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1~4일 열린 괴산 고추축제장에서는 건고추를 사러 왔다가 허탕을 친 사람들이 주최측에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을 빚었다. 괴산군은 축제 때 쓸 건고추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작년(48톤)의 절반도 안 되는 18톤밖에 구하지 못했다.

8월 25~28일 고추 축제를 연 충남 청양군은 확보한 고추 물량이 부족하자 고육지책으로 지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외지 관광객에게만 고추를 팔기도 했다.

박재호 충북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올해는 오랫동안 이어진 비로 최악의 작황을 기록할 것 같다"며 "다행히 9월 들어 날씨가 좋아지고 있어 수확 후기(9월 중ㆍ하순) 생육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고추 수급에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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