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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애견사망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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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애견사망증후군

입력
2011.09.0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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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이상 추정, 연간 시장규모 2조원, 최근 5년 사이 증가율 2배, 어느 대도시의 인구통계가 아니다. 우리나라 애완견 마릿수 통계이다. 핵가족화로 혼자 사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사람보다 애완동물과 관계를 맺고 정신적 안정을 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애완동물과 정서적 유대는 갈수록 깊어져 인생을 함께 산다는 의미의 반려동물, 동거동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애완견을 갑자기 잃고 반려자를 잃은 듯 스트레스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애완동물은 어린이 정서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핵가족에서 외둥이로 크거나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모의 자녀들에게 애완동물은 친구나 동생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소심한 아이, 정서적 고립이 심한 아이에게 애완동물은 감정반응을 일으키는 좋은 자극이 된다. 불안증상을 보이는 외톨이 아이들을 위해 애완동물 기르기를 권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저항감 없이 동물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동물이야기를 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어떤 동물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동물로 변신한다면 어떤 동물로 변신하고 싶은지 물어서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도 있다. 항상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 아이가 스스로 동물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은 보람과 성취감, 책임감을 일깨우는 좋은 경험이 된다.

유년기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덜 하지만 애완동물을 기르는 일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정서적 혼란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의 정서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청소년들에게 애완동물은 부모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비밀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되어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애완동물 매개요법(펫 치료)으로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 펫 치료 연구가들은 동물과 함께 지내며 체온이 느껴지는 몸을 쓰다듬으면 뇌에서 엔돌핀 분비량이 늘어난다고 본다. 엔돌핀의 영향으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운 상태로 이완되어 정신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던 사람이 애완동물을 갑자기 잃으면 가족의 죽음을 당한 듯 큰 슬픔에 빠진다. 이 슬픔이 심해지면 '애견사망증후군'이라고 부를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애완견을 잃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끝에 정신과를 찾고 있다.

감정적 애착대상과 헤어졌을 때 느끼는 애도반응은 정상인이라면 보통 2-3개월 내로 극복된다. 하지만 중년주부인 A씨는 애완견을 사고로 잃고 6개월이 지나도록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불면증과 무기력증, 식욕부진에 체중까지 감소했다. 그녀는 우울증상이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상태가 더욱 심각한 사람 중에는 슬픔을 잊기 위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자살충동으로 까지 이어져 심각한 정신장애를 겪는 사례도 있다.

정서적 공백이 심한 현대인들에게 애완동물은 거의 가족의 일원이나 다름없다. 친구나 가족보다 애완동물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고 의존하는 사람들은 '애견사망증후군'이란 정신장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애완동물이 인간관계를 결코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애견인들은 애완동물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폭 넓은 인간관계와 친밀한 정서적 유대를 쌓으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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