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국민 1인당 7,960달러(소득의 17.4%)를 의료비로 지출하는 '약의 천국' 미국. 그러나 정작 질병 치료에 필요한 필수의약품이 부족해 환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AFP 통신은 미 식품의약국(FDA) 보고서를 인용해 "부족 현상을 겪는 의약품목이 2005년 61개에서 지난해 178개로 급증했다"며 "특히 항암제 등 필수의약품이 모자라 미국 내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이 달리는 의약품은 살균주사, 정맥처치제, 마취약, 항생제 등 주로 병원 처치에 쓰이는 것들이다. 미국 내 820개 병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의약품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졌으며 전체 병원의 80%가 약품이 부족해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의 병원이 약품 부족으로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공급이 특히 달리는 의약품은 정상가격보다 최대 1,000배 이상 인상된 가격이 매겨지는 예도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필수 의약품이 부족해진 것은 거대 제약사들이 잇달아 합병을 하면서 약품을 생산하는 회사 자체가 줄어들었고, 제약사들이 제네릭 의약품(특허가 만료된 카피약)의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tablet)가 아닌 물약 형태(vial) 의약품의 경우 유효기간 때문에 지속적으로 리콜을 해야 해 제약사가 생산을 꺼리게 된 것도 이유다.
셸리 버제스 FDA 대변인은 "환자나 의료진으로부터 의약품 부족이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영향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약품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FDA가 제약사에 특정 약품을 생산하라고 강요할 수가 없어 약품 부족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부족 현상 해결을 위해 제약사가 특정 약품의 생산을 중지하는 경우 6개월 이상의 예고기간을 둬, 병원이 대체 의약품을 찾을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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