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변의 연속으로 점철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새로운 스타의 출현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반면 세계 1인자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쓸쓸히 짐을 싸야 했던 '지는 별'도 속출했다.
트랙과 투척 종목에서는 신예들의 눈부신 활약이 빛났다. 요한 블레이크(22ㆍ자메이카)가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우사인 볼트가 실격한 틈을 타 남자 100m에서 9초92로 세계선수권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400m의 키라니 제임스(19)는 인구 9만명에 불과한 섬나라 그레나다에 국제스포츠 이벤트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안겼다. 그레나다는 '제임스의 날'까지 제정할 정도로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아만틀 묜트쇼(28)는 여자 400m 결선에서 미국의 간판 앨리슨 펠릭스를 제압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 인구 2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보츠나와에 '금빛 환희'를 불러일으켰다. 또 샐리 피어슨(25ㆍ호주)은 여자 100m 허들에서 12초28의 대회 신기록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 피어슨은 불가리아 욜단카 돈카바(12초21)의 세계 기록을 깰 적임자로 떠올랐다.
남녀 창던지기에서는 마티아스 데 조르도(23ㆍ독일)와 마리아 아바쿠모바(25ㆍ러시아)가 스타 탄생을 알렸다. 조르도는 86m27을 던져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드레스 토르킬센(노르웨이)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아바쿠모바도 '여제'로 군림하던 바르보라 스포타코바(체코)를 꺾고 71m99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남자 포환 던지기에서는 무명의 다비드 슈토를(21ㆍ독일)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깜짝 챔피언'이 됐다.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기존 스타들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조직위원회에서 발간한 '데일리 프로그램' 표지모델의 저주를 받은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세계기록을 27차례나 갈아치운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는 4m65의 저조한 기록으로 메달권에도 들지 못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디펜딩 챔피언' 스티븐 후커(호주)도 5m50을 넘지 못해 충격적인 예선 탈락을 맛봤다. 여자 세단뛰기 3연패에 도전한 야르헬리스 사빈(쿠바)은 14m43의 초라한 기록을 찍은 뒤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다.
표지모델은 아니었지만 남자 1만m 트랙 종목 사상 첫 5연패를 노렸던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도 10바퀴를 남겨두고 기권했다. 그는 2003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던 5,000m에서도 부상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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