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필드에서도 이변은 계속됐다. 러시아의 타티아나 리센코(28)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해머던지기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리센코는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77m13을 던져 이 종목 세계기록(79m42) 보유자인 베티 하이들러(독일·76m06)를 따돌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에 그친 하이들러는 사실상 대회 첫 번째 세계신기록 작성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던 그는 지난 5월 독일 할레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79m 이상(79m42)을 던져 세계 기록을 다시 썼다. 올시즌 톱 10 기록 가운데 6개가 하이들러가 세운 기록이다. 80m 돌파도 조심스레 예상됐다.
그러나 하이들러는 출발이 좋지 못했다. 1차 시기부터 해머가 보호망에 걸린 하이들러는 2차 시기와 3차 시기에서도 75m를 넘지 못했다. 본인 기록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이들러는 비장한 각오로 4차 시기에 임했지만 또다시 해머를 필드 안으로 넣지 못했다.
반면 라이벌 리센코의 해머는 훨훨 날았다. 1차 시기에서 76m80을 던져 선두로 나선 리센코는 3차 시기에서는 77m13을 던졌다. 올시즌 본인 최고 기록. 리센코는 끝까지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2006년 77m80을 던지며 잠시 세계 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던 리센코는 5년 만에 다시 세계 정상에 오르며 사상 첫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따냈다. 리센코는 경기 후 코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모든 영광을 코치에게 돌린다. 대구는 내게 소중한 곳"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메달은 75m03을 던진 중국의 장 웬시우가 차지했다.
대구=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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