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것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우리 젊은 세대에 꿈과 희망을 얘기하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해온 '착한 사람'들이다. 1980년대 인권변호사로 치열하게 활동한 박 이사는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를 잇따라 설립해 나눔과 사회적 기업의 선순환,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앞장서왔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안 원장은 최연소 단국대 의대 학과장의 안정된 길을 포기하고 개념조차 생소하던 바이러스백신 분야에 뛰어들어 선구자적 기여를 했다. 두 사람 모두 삶의 궤적이 올바르면서도 겸손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폭 넓기에 그들의 말은 울림이 컸다.
이런 두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하니, 기성 정치인들의 도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장을 낳았다. 열렬한 지지가 나오는가 하면, 상처 받고 퇴락할 것을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박 이사는 시민사회단체와 야권 통합후보로, 안 원장은 제3세력 결성 기치를 내걸고 무소속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자 정파적 유ㆍ불리를 따지는 계산도 쏟아지고 있다. 두 사람의 정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중도 좌초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일으키는 파장만으로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한계를 드러내고 위기를 맞았다는 경종이 울렸다고 본다. 시대와 가치가 변하는데도 적대적 대립과 갈등에 매달리는 구시대적 정당정치에 많은 국민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느 때나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는 크고, 신선함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하지만 박원순, 안철수 두 사람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사회 변화를 선도한 점에서 과거 반짝 떴다가 시든 인물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시대 변화를 꼭 정치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몇 안 되는 존경 받는 이들이 정치판에서 상처받고 사회적 역할마저 잃어버릴까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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