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과 한국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1년 7월 시 장원에 강인교(부산 용인고ㆍ필명 초짜두더지)군의 '상봉'이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윤준협(연무고ㆍ필명 분홍사슴)군의 '난 어디론가 자꾸 날 잃어가고', 생활글에서는 모재경(진주 중앙고ㆍ필명 방향제)군의 '머리카락'이 각각 월 장원에 뽑혔다. 비평ㆍ감상글은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모임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온라인으로 청소년 글을 공모하고 있다.
상봉
강인교
하늘님
딸아이가 서울서 내려왔답니다.
아빠 보여주려
100점짜리 받아쓰기 시험지도 함께 가져왔답니다.
허나,
저는 지상으로부터 수십 미터.
고꾸라진 팔십몇 호 크레인 위에 서 있습니다.
멀리 달궈진 아스팔트 위,
풀잎파리 깍지손을 한참 내려다볼 뿐입니다.
언젠가 녀석은
100원짜리에선 아빠 손 냄새가 난다며
쇠 내음이 나는 아빠 손이 보고파
수화기 너머 덜 여문 목소리로 꾸역꾸역 동전만 한 눈물을 삼켰답니다.
기름 끼고 쇠비린내 흉한 손바닥이지만
오늘도 두 걸음 반짜리 철골탑서 붉은 띠를 동여매야 하고
봉투 속 누런 지폐 몇 쪼가리보다도 100원어치 아비가 되어야 하는 까닭일 테지요.
하늘님
여전히
손금에는 핏비린내가 역하고
손아귀엔 문드러진 적기(赤旗)가 필사적으로 나부낍니다.
저는 하늘로부터 뺨 몇 마디.
무너져가는 수백 미터 크레인 꼭대기에 서 있습니다.
다만,
가정(家庭)을 품에 안고 쓰러질 듯 버텨낼 뿐입니다.
하느을님
달빛이 시퍼렇게 굳었습니다.
딸아이가 돌아간답니다.
받아쓰기 시험지는 노란 풀꽃 밑에 꼭꼭 숨겨놨답니다.
봄이 마침내 고개드는 날, 살며시 찾아볼 생각입니다.
부디 잘 올라가라고
못난 아비가 조심히 잘 가란다고
전해주십쇼.
▦심사평
부모 자식간의 만남이 무에 큰 이슈이겠습니까만, 한끝 먹먹한 슬픔도 없지 않습니다. 아비는 크레인 위에서 딸내미는 풀빛이 가물가물한 지상에서 눈빛만 오간다면 말입니다. 화해롭게 먹고 사는 일의 지난함이 부녀간의 만남을 참 울울(鬱鬱)한 허공으로 벌려 놓았습니다.
유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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