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지난달부터 9억원 초과 자산 보유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상자 10명중 1명은 계속 피부양자로 보험료를 한 푼도 안내게 됐다. 정부가 자산 기준을 부동산에 한정하고 금융 자산은 제외하는 등 법망이 허술해 피할 수 있는 구멍이 여전히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고액재산가를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피부양자 자격 상실 대상자(2010년 11월 현재 과표기준 9억원 초과 재산 보유자) 1만9,334명중 1,607명이 이의신청을 통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특히 이들 중 1,250명은 고액 자산가 피부양자 자격 제외 제도 시행을 즈음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양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모(88)씨의 경우 지난해 11월 현재 재산과표가 13억원으로 피부양자 자격상실 대상자였지만 지난달 2일 9억원 가량의 자산을 매각해 과표액을 4억원으로 줄여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고정 소득이 없어 건강보험료 납부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노년층 고액재산가들이 이런 식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부양자 제외 조치는 부동산 재산 과표만 기준이라 자산을 매각하거나 양도한 후 금융자산으로 보유할 경우 무임승차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고액재산가의 무임승차를 막으려는 제도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노년층 부자의 경우 이를 이용해 부동산 자산은 자손에게 양도ㆍ상속하고 금융 자산을 주로 보유해 여전히 피부양자로서 건강 보험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금융자산가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더 많이 입는 조세체계와 맞물려 있다"며 "장기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경우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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