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꿈이지만 대학원 다니랴 신문기자 하랴 바쁜 제자와 브런치를 먹는다. 식사를 마칠 무렵 포장된 선물을 내민다. 선물이 든 얇은 사각상자의 포장이 약간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무슨 선물이니 물었더니 씩 웃는다. 먼저 무엇인지 확인해보라 한다. 열어보니 목도리가 들어있다.
검정색과 갈색이 가로로 길게 반반으로 디자인된 중년의 내 나이에 어울리는 목도리다. 가을에 무슨 겨울 목도리인가 의아해하니 그때서야 선물의 정체를 밝힌다. 재성이가 맡긴 선물이라고 한다. 이 연재의 애독자들에겐 이재성이란 젊은 시인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재성 시인은 국문학과를 휴학하고 지난 5월 원양어선 3등 항해사로 부산항을 출항해 북태평양에서 어로작업을 하고 있다. 해양문학을 하고 싶어, 진짜 바다를 배우기 위해서 북양으로 떠난 친구다. 6개월 동안 육지에 발을 딛지 못하고 북위 45도 부근의 추운 바다에서 꽁치를 잡는 용기 있는 젊은 대학생이다.
얼마 전 바다에서 쓴 신작시 5편과 함께 보낸 안부메일에 따르면 지금쯤은 러시아 해역에서 조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선물과 함께 남긴 말에 뭉클해진다. 선생이 겨울이면 자주 목감기를 하니 찬바람이 나기 전에 전해 달라했다는 것이다. 남쪽의 나보다 추운 바다에서 그 친구가 고생일 것인데 목에 감아보는 목도리가 아프다. 5월의 선물을 9월에 받으며.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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