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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잡스가 만든 7개의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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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잡스가 만든 7개의 실패작

입력
2011.09.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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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미켈란젤로' '정보기술(IT) 제왕' '이노베이션(혁신)의 화신'

스티브 잡스가 애플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을 때, 세계는 그에게 이런 찬사를 쏟아냈다. 애플뿐 아니라 세계 IT산업 전체가 영웅을 잃었고, 그의 퇴장과 함께 창조적 진화도 끝날 것 같은 그런 우울함까지 몰려왔다. 더 이상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세상을 바꾸는 제품'은 보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잡스가 훌륭한 경영자이기에 앞서 환상적인 창조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굴곡은 있었고, 언제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베스트셀러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야심 차게 만들었지만 그에게 오히려 좌절만 안겨줬던 작품도 적지 않았는데, 그의 실패작은 대략 7개 정도가 꼽힌다.

첫 번째 쓴맛은 '애플3'(1981년) PC에서 봤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애플2의 후속작인 이 업무용 PC는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플라스틱을 사용해 제작됐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같은 해에 등장한 IBM PC에 밀려 곧 자취를 감췄다.

두 번째 굴욕은 '애플 리사'(1983년) PC가 전해줬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기반 시스템을 채용, PC 업계에 기술적 진보를 가져왔지만 정작 소비자들부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출시 당시 가격이 무려 1만 달러에 달했기 때문. 개발에만 1억 달러나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10년간 총 판매대수는 약 10만대에 그쳤다.

'넥스트 PC'(1989년)도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잡스는 애플에서 퇴출당한 뒤 벤처회사를 설립, 이 제품을 내놓았는데 여러 가지 기능에서 시대를 앞서간 제품이었다. 그러나 애플3와 리사처럼 지나치게 고가였던 점이 패인이었다.

1996년 애플에 복귀한 잡스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아이맥은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아이맥에 딸린 작고 둥근 모양의 '퍽 마우스'(1998년)는 크기가 너무 작은데다, 보통의 마우스와 달리 입력버튼이 한 개뿐이었고 커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아이스하키 퍽을 쓰는 게 낫다"는 혹평 속에 이 제품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깔끔한 플라스틱 육면체를 외관으로 한 소형 데스크톱 PC인 '큐브'(2000년)는 애플의 천재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의 작품으로, 그의 명성답게 각종 디자인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기능적 장점이 눈에 띄지 않은데다 값이 비싸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애플이 내놓은 첫 휴대폰이 아이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애플은 앞서 모토로라와 함께 음악 기능에 특화 시켜 내놓은 '아이튠즈 폰'(ROKRㆍ2005년)을 출시했다. 하지만 노래 100곡만 저장이 가능한데다 PC에서부터 음악을 내려 받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애플이 손 바닥 모양의 셋톱박스로 선보인 '애플TV' 또한 빛을 보지 못했다. 안방에서 TV에 PC를 연결해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게 고안된 이 제품은 설치 및 사용법이 쉽지 않았고 아이튠즈에서 내려 받은 영상도 흐릿했다.

이런 애플의 실패작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능이 시대나 환경을 너무 앞서갔다는 것, 잡스답게 너무 고집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7개의 실패작을 거치며 그는 결국 7전8기끝에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세상을 바꾸게 됐다는 평가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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