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측 회계책임자 이모씨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의 이면합의 사실을 시인하면서 곽 교육감은 일단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씨의 이면합의가 곧장 곽 교육감이 건넨 2억원을 '후보 사퇴의 대가'로 단정할 수 없고, 이면합의 수준 등 유ㆍ무죄 판단의 변수가 되는 세부적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가 곽 교육감의 현 상황을 사면초가라고 분석하는 이유는 이씨가 이면합의를 인정하고,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네기 넉 달 전인 지난해 10월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선의의 지원'이라는 곽 교육감의 진정성은 반감되고, 이면합의 인지 상태에서 지급된 '대가성 있는 2억원'이라는 검찰 논리에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한 고위 법관은 "약속은 이씨가 하고, 이행은 곽 교육감이 했다는 공범 구도로서, 2억원이 곽 교육감의 도덕성에 기반한 경제적 도움이라 할지라도, 법적으론 후보 단일화 대가의 금품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가 곽 교육감 모르게 이면합의를 했고, 더욱이 곽 교육감은 뒤늦게 이를 알게 됐다고 밝힌 점, 2억원이 합의를 알게 된 4개월 후에야 지급된 점으로 볼 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법원 관계자는 "이씨 주도의 단독 이면합의라는 점에서 (곽 교육감이 시간이 지나서야 건넨) 2억원과 합의 간의 직접적 연결성은 차단되고, 변호인 측은 이를 바탕으로 '곽 교육감이 도덕적으로 떳떳했기 때문에 합의를 알면서도 금전 지급을 했다'는 변호를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사 곽 교육감이 '선의의 지원'이라는 주장을 인정받아 무죄가 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법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회계책임자인 이씨의 단독 범행을 인정, 징역형 또는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할 경우 공직선거법 265조에 따라 곽 교육감의 당선도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가 말한 이면합의라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드러난 것이 없어 이씨의 유죄를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단순히 도움을 주겠다는 일상 대화 수준이었는지, 금품을 매개로 한 매수의사를 명시적으로 드러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직선거법의 후보 매수죄를 적용하기 위해선 '금품 제공 의사표시 또는 약속이 사회통념상 철회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정한 의지가 담겨 있고,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다.
한 변호사는 "이씨와 합의 상대방이었던 박교수 측 양모씨는 동서관계이고, 사적 대화 수준의 단순한 의사 표현에 그친 것을 양씨가 박 교수에게 의미부여를 해서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후보 매수의 적극적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소 전 알려진 사실과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은 다르고, 달라진 세부적 사실에 따라 유ㆍ무죄가 판단되기 때문에 예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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