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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슬람' 첫 출간이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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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슬람' 첫 출간이후 10년

입력
2011.09.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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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첫 주말을 앞두고 청아출판사 편집부는 좀 들뜬 분위기였다. 경기 파주 출판단지로 옮겨 가기 전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사옥에 막 인쇄ㆍ제본을 마치고 도착한 새 책 <이슬람> 때문이었다.

책은 당초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국내에 이슬람 문화를 올바르게 소개하자는 취지로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구상하던 것이다. 인문교양서적을 주로 내온 청아출판사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슬람 바로 알기'라는 취지로 책을 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국내에서는 이슬람에 대해 정말 기초적인 내용조차 모르는 형편이어서, 이슬람 전반을 소개하는 '미니백과사전' 형태의 단행본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 해는 유엔이 정한 '문명간 대화의 해'였다. 이 바람을 타고 그 동안 국내에서 거의 무관심했던 이슬람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원고가 준비되던 중 국내 한 방송사가 창사 40주년 기념으로 이슬람 문화 소개 다큐멘터리 방영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큐가 꽤 길게 몇 부작으로 나가는 것이어서 방영 시작 시점에 책 출간을 맞추면 판매에 적잖게 도움 될 게 분명했다. 출판사는 출간 작업을 서둘렀다.

신간의 초반 흥행을 좌우하는 신문의 호응도 좋았다. 출간 계획을 알고 있던 한 신문사는 책이 나오기 전에 교정지를 보내라고 해서 전문가에게 서평까지 맡겼다. 초판 1쇄 공식 발행일이기도 한 9월 8일 토요일의 각 신문 서평란에는 <이슬람> 기사가 크고 보기 좋게 실렸다. 예상했던 대로 주말을 거쳐 그 다음 주 초까지 주문이 괜찮았다.

그리고 화요일인 11일 밤. 9ㆍ11 테러가 세계를 뒤흔들었다. 당시 사정을 알고 있는 청아출판사 편집부 직원은 "다들 사건에 놀라면서도 <이슬람> 책이 9ㆍ11 테러에 어떤 영향을 받을까 가슴 졸였다"고 말했다. 9ㆍ11 테러 기사가 신문 1면을 뒤덮은 다음 날 <이슬람> 주문은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뚝 끊겨버렸다. 다들 이 경천동지할 사건 자체에 눈길을 뺏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음 목요일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정말 물밀듯 주문이 몰려들었다. 하루 7,000~8,000부로 시작된 주문은 절정일 때 1만부를 넘었다. 인쇄가 밀려 처리 안 된 주문서가 쌓일 정도였다.

출판계에 회자되는 '3T'라는 '대박' 공식이 있다. 타이밍, 타이틀, 타깃이다. 이중 <이슬람> 의 성공 요인은 물론 타이밍이다. 시류를 예상하고 이에 맞춰 미리 책을 구상해 적절한 시기에 출간하는 게 '타이밍' 잡는 기본 요령이지만 <이슬람> 은 거기에 9ㆍ11 이라는 '천운'까지 겹친 경우다. 이런 일을 두고 출판인들은 우스갯소리로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출판사 편집자는 "사건 이후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읽을만한 국내 책이 거의 없었던 덕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책은 대단한 베스트셀러는 아니었다. 9ㆍ11을 전후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관련 서적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의 하나이지만 2004년 9ㆍ11 내용을 추가해 나온 개정판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나간 게 13만부 정도다. 이희수 교수는 책 서문에서 한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내에서 가장 이슬람 연구가 취약한 나라' '중동-이슬람 국가들과의 긴밀한 정치ㆍ경제적 이해 관계에 비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자세가 너무나 초보적인 나라'라고 꼬집었다. 9ㆍ11 이후 한국 사회의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무지하다" 소리 들어도 할 말 없을 듯 하다.

청아출판사는 9ㆍ11 10주년을 맞아 이르면 이달 중 <이슬람> 전면개정판을 낼 작업을 하고 있다. <이슬람> 이라는 제목은 유지하지만, 이희수 교수를 대표 필자로 해 12명의 전문가가 쓴 글을 모은 지금 책과 달리 새 책은 이 교수 혼자 새로 글을 썼다. 이슬람 문화의 특징, 석유ㆍ여성문제, 중동의 주요 정치지도자, 일상생활과 통과의례, 문학과 예술, 소수민족 분쟁, 한국과 이슬람 관계 등을 담은 지금 책의 중심 주제는 이어 받는다.

새 책에서 덧붙이고 바꿀 내용이 <이슬람> 출간 이후 10년 간 세계와 이슬람의 변화를 집약해 보여준다. 9ㆍ11 사태의 문명사적 의미, 이후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쟁이 낳은 상처들, 알 카에다를 비롯한 급진적 이슬람 정치조직의 변화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아랍의 민주화와 이슬람 사회의 미래가 이 책에 담긴다. 기존 책에서는 '이슬람을 움직이는 10인'을 꼽아 '청교도적인 리비아의 혁명 지도자 카다피' '반미주의의 선봉 사담 후세인' '중동평화의 중재자 무바라크'라고 소개했다. 새 책에서는 모두 빠진다. 9ㆍ11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건 바로 이슬람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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