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일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보선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 변수'의 등장으로 서울시장 보선이 3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선거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안 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청춘콘서트' 행사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과 다르게 시장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면서 "그 동안 현실정치 참여의 기회가 많았는데도 계속 거부 의사를 보였던 것은 한 사람이 바꿀 수 없다는 일종의 패배의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면 크게 바꿀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해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안 원장은 '여야 정당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지만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말해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까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일단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안 원장은 젊은 층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중도개혁 이미지까지 풍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야당 쪽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층과 개혁 성향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원장 출마설에 야권의 표정이 썩 좋지 않은 이유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우리도 다자 구도가 되면 좋다"고 말했다.
물론 안 원장이 중간 지대에 가까운 보수 성향 표를 일정 정도 흡수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3자 구도가 그랬다. 정원식(민자당) 조순(민주당) 박찬종(무소속) 후보의 대결 구도가 짜였을 때 초반에는 중도 개혁 성향의 무소속 박 후보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결국 승리는 조 후보에게 돌아갔고, 정 후보는 3위에 그쳤다. 야권 관계자는 이 같은 전례를 들며 "3자 구도가 형성되면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란 얘기는 평면적 분석"이라고 말했다. 또 만일 막판에 안 원장과 야권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킬 경우 여당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안 원장이 시장 될 가능성은?
아예 안 원장이 초반부터 바람을 일으키면서 여야 후보를 모두 제치고 시장직을 거머쥘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안 원장이 과거 어느 무소속 후보 못지 않은 인지도와 대중성을 지니고 있음을 그 근거로 든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기성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는 무당파 중도 성향 유권자 40%에게 안 원장이 큰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선 반론이 적지 않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젊은이들을 앞에 두고 인생을 강연하는 안철수와 서울시정을 책임질 안철수는 다르다"며 "일단 정치권에 발을 담그면 사방에서 공격을 받으면서 단점을 노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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