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6ㆍ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입성 축포에 힘입은 '조광래호'가 브라질을 향해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을 앞두고 "박주영의 컨디션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스널 입단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캡틴'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박주영은 조 감독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다.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폭풍 활약'으로 한일전 참패(0-3)로 가라 앉았던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시켰다. 박주영과 지동원(20ㆍ선덜랜드), 김정우(29ㆍ상무)의 릴레이 득점포를 묶어 6-0의 기분 좋은 완승을 거둔 대표팀은 발걸음 가볍게 2차전(7일 오전 2시)이 열리는 쿠웨이트로 향했다.
조 감독은 예고대로 박주영을 4-2-3-1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배치했다. 이적 협상이 장기화되며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데 대한 배려였다. 최전방에는 지동원이 나섰고 남태희(20ㆍ발랑시엔)가 오른쪽 날개, 구자철(22ㆍ볼프스부르크)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배치됐다.
박주영의 훈련 시간 부족에 대한 조 감독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박주영은 경기 시작과 함께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전반 4분 이용래(25ㆍ수원)의 크로스를 헤딩 슛, 슈팅 감을 조율한 박주영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며 '원맨쇼'의 막을 올렸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홍철(22ㆍ성남)이 올린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46분에는 기성용(22ㆍ셀틱)이 올린 코너 킥을 머리로 받아 넣어 골 네트를 흔들었고, 지동원의 추가골로 3-0으로 앞선 후반 22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2005년 6월 태극 마크를 달고 데뷔한 후 첫 해트트릭이자 A매치 통산 20호 골 고지에 오르는 순간.
세 골을 몰아치며 '조광래호'캡틴으로서 임무를 완수한 박주영은 후반 24분 3만 7.000여 팬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 이근호(26ㆍ감바 오사카)와 교체됐다. 조 감독은 자신의 기대에 120퍼센트 부응한 애제자가 대견한 듯 벤치로 들어오는 박주영의 등을 두들겨 주며 격려했다.
대표팀은 한일전 참패의 분풀이라도 하듯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김정우(후반 37분), 지동원(후반 40분)의 득점포로 시원한 골 잔치를 마감했다. 경기 후 인천공항으로 직행, 오후 11시 55분 쿠웨이트행 비행기에 오른 대표팀은 7일 오전 2시 쿠웨이트와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2차전을 치른다.
한편 B조의 일본은 사이타마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터진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고양=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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