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 직역하면 '사무실의 배우자'쯤 된다. 남편이나 부인보다 더 가깝다고 느끼는 이성 직장 동료를 뜻하는 말이다. 요즘 직장인들, 오피스 스파우즈 한둘은 다 '보유' 내지 '운용'하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오피스 스파우즈도 명과 암이 진하게 교차한다.
"한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혼 여성이다. 대한민국의 회사이라는 곳이 다 그렇지만 이곳도 동료들과 진심 담긴 대화의 꽃을 화사하게 피우는 것은 애초부터 상상 불가능한 일. 모두가 전쟁 상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보다 영계인 미혼 남성은 좀 특별했다. 뭔가 찌릿 하고 통하는 느낌 말이다. 하루는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여기저기가 마구 쑤셨는데 그 영계가 나를 데리고 나가더니 '머리와 가슴이 화끈하게 뻥 뚫린다'며 펀치볼을 때리게 했다. 비록 비싼 돈 드는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무척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 느껴져 마냥 행복감에서 허우적거렸다. '몸조심하라'는 그의 당부는 애인의 따뜻한 위로처럼 들렸다. 짱 고마웠다. 남편은 내가 아프다고 하면 '술 퍼마셔서 그래'라고 한다. 남편이란 사람은 친절함과 자상함을 애초에 상실한 존재 같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부설 부부 상담ㆍ교육 기관인 듀오라이프컨설팅이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의 직장 기혼 남녀 320명(남성 127명ㆍ여성 193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한 여성이 단 인터넷 댓글이다. [출처] "직장남성 절반 '오피스 스파우스' 있다" 男 70%ㆍ女 30% "이성 직장 동료에 성적 매력 느껴"|작성자 용하나맘
이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남성의 56.7%, 여성의 31.6%가 오피스 스파우즈를 갖고 있었다. 사실 분위기 살벌한 회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건 엄청난 축복이다. 어려움도 기쁨도 함께하면서 직장 만족도와 적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컨설턴트 배윤기씨는 "각종 연구 결과를 보면 직장에 신뢰할 수 있는 멘토가 있는 사람이 안 그런 경우보다 직장 호감도가 30~40%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피스 스파우즈는 부부 간 대화 단절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듀오라이프컨설팅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이 밝힌 오피스 스파우즈와 갖는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은 70분으로, 부부 간의 대화 시간 61분보다 많았다. 가족 문제 전문가 이기진씨는 "부부가 바깥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피스 스파우즈가 생기는 것"이라며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깊은 속을 털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륜으로 변질되는 것 역시 문제다. 이번 조사에서 오피스 스파우즈의 존재에 대해 남성의 63.8%, 여성의 58.5%가 '적정한 선만 유지한다면 있어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하지만 '배우자에게 오피스 스파우즈의 존재를 당당히 밝힐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4.7%만 '당당히 밝히겠다'고 답했고, 52.5%는 '부분적으로만 밝히겠다', 32.8%는 '절대 밝히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은호 선임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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