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의지의 문제일 뿐 누구나 나처럼 달릴 수 있다'는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ㆍ남아공)가 트랙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그의 목에는 의족보다 더 밝게 빛나는 은메달을 걸게 됐다.
피스토리우스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600m 계주 남아공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기분이 매우 처참하다(Gutted)"는 글을 남겼다.
피스토리우스는 전날 계주 대표팀 4명에 포함돼 팀을 결선에 진출시켰다. 피스토리우스와 동료들은 남아공 기록을 경신하며 조3위로 골인, 결선에 올랐다. 그러나 의족 때문에 출발반응시간이 느려 초반 기록이 좋지 않다는 점이 결국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남아공 대표팀 마그다 보타 단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단과의 회의 결과 피스토리우스를 멤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타 단장은 일부의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듯 "철저히 사실(기록)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피스토리우스는 남자 400m 준결선에서는 전체 선수 중 가장 느린 0.294초 만에 출발했고, 1,600m 계주 예선에서도 기록이 가장 뒤졌다.
남아공 대표팀은 피스토리우스를 대신해 남자 400m 허들 동메달리스트인 L.J. 반 질(26)을 출전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는 '내 의족을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의지는 꺾을 수 없다'는 듯 작심하고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앞서 트위터를 통해 "남아공 계주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기록을 낸데 대해 자랑스럽다. 최종 결선에도 내 이름이 포함되면 더욱 기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하지만 "신의 축복으로 여기까지 왔다. 챔피언에 오른 기분이다.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피스토리우스는 비록 장애인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결선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은메달로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랬다. 남아공팀은 이날 오후 열린 1,600m 계주에서 2분59초87을 기록, 미국 팀에 이어 2위로 골인했다. 특히 피스토리우스 대신 투입된 반 질이 맨 마지막 주자로 나서 자메이카를 3위로 밀어내 피스토리우스의 '희생'이 더욱 값졌다.
대구 세계선수권을 통해 일반인들과 당당히 겨룬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으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무대에도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남자 400m 런던 올림픽 A기준기록을 이미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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