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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잘 자요, 대장' 아이들의 눈으로 본 참혹한 전쟁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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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잘 자요, 대장' 아이들의 눈으로 본 참혹한 전쟁의 실상

입력
2011.09.0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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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대장 (아마드 아크바푸르 글ㆍ모테자 자헤디 그림ㆍ마음물꼬 옮김 고래이야기 발행ㆍ초등 저학년 이상ㆍ9,800원)

아이들에게 전쟁과 평화에 대해 설명하는 일은 전혀 실감되지 않는 한낱 구호로 종결되기 쉽다. 왜 전쟁은 안 되는 건지, 왜 평화가 중요한 건지를 연역적으로 설명하다 보면 종국엔 좋아서 좋고, 나빠서 나쁘다는, 단선적 이분법의 순환고리에 빠지고 만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의 피해아동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 뭉클한 반전동화는 아이들의 자리에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에게 반전을 '귀납적으로' 설득하는 작품이다. 이란에 살고 있는 소년 '나'는 전쟁으로 엄마와 다리 한 쪽을 잃었고, 아빠는 이제 새 장가를 가려 한다. 나의 유일한 낙은 방에 틀어박혀 엄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의족을 끼우고 상상 속 적군들과 총싸움을 하는 것.

방안에서 적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상상과 엄마 옆에서 귀와 입을 틀어막고 지하실에 숨어있었던 현실을 가로지르며 나는 마침내 적군 대장과 마주한다. 그런데 울음을 터뜨린 그 대장 역시 엄마와 한 쪽 다리를 잃고 복수에 나선 나보다 작은 아이였다. '엄마한테 복수해주기로 했는데….' "나도 의족 낀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그 아이의 바람에 나는 결국 의족을 빼 빌려주고 만다.

사막의 모랫빛을 연상케 하는 누런 갱지 위에 마치 아이가 직접 그린 듯 삐뚤빼뚤 연필선으로 그린 그림이 미술치료 자료를 보는 듯 애잔하다. 아(我)와 피아(彼我)의 구분, 증오와 용서의 장벽이 사르르 무너지며 화해를 이루는 퍽이나 짠한 그림책이다. 2006년 국제아동도서협의회가 좋은 책으로 선정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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