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8일 곽노현 후보의 지시로 박명기 후보 측의 금품 요구를 공식 거절했으나, 박 후보 측은 양측 캠프 실무자의 사적 대화를 토대로 (돈 거래 약속이 있었다는) 일종의 착오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곽노현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 참여했던 박석운 공동선대본부장과 조승현 상임집행위원장, 김성오 협상대리인 세 사람이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주장한 내용은 이렇게 요약된다.
하지만 이날 설명이 대부분 단일화 성사 전날인 지난해 5월 18일 밤 상황에 한정된 데다, 이들조차 "양측 실무자의 (돈 거래 약속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사적 대화가 진짜 있었는지, 내용이 무엇인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답해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Y씨와 L씨의 약속 여부
곽노현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은 회견에서 곽 후보와 박명기 후보(서울교대 교수)측의 후보단일화 공식 협상은 18일 오후 11시30분 결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곽 교육감 측 캠프 회계책임자 L씨의 이후 행보. 지난달 3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성오 협상대리인은 "박 교수 측 Y씨가 동서지간인 L씨를 쫓아와 비공식적인 협상을 시도했다. 이 때 L씨가 일종의 약속을 해줬다고 하는데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 교수 측이 L씨와 곽 교육감 모르게 비공식 협상을 추진한 뒤 무리하게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조승현 위원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10월 말 이후 박 교수가 돈을 달라고 난데없이 찾아온 이후, 상황을 파악하던 중 18일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나서 동서지간인 두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사적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저런 말이 오고 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8일 곽 교육감의 변호인 사무실에서 마주친 L씨에게 '무슨 약속을 해준 일이 있느냐'라고 묻자 L씨가 "합의해 준 일이 없다. 집안 문제다"라는 답을 했다고도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즉, 박 교수 측은 둘이 개인적인 집안문제 대화를 나눈 상황을 두고 (돈 거래) 합의가 된 줄 아는 내부착오에 빠져 있다"며 "Y씨와 L씨를 검찰이 하루빨리 소환해 정확한 상황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L씨는 곽노현의 40년 지기
이날 김성오씨는 "공식 협상 대리인인 내가 18일 협상 불가를 통보했고, 그것으로 모든 공식 단일화 논의는 끝이 났다"며 "L씨는 통장을 관리하는 실무진에 불과하고 단일화협상 권한을 받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즉 L씨의 약속이 존재하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만약 L씨가 Y씨에게 법적으로 후보자 매수 행위에 해당하는 약속을 해 줬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L씨가 선관위에 등록된 곽 교육감 캠프의 법적 회계책임자로 확인된 만큼, 그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 곽 교육감의 당선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곽 교육감 측은 그가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 진영이 "선거 3, 4개월 뒤인 지난해 가을에야 L씨와 Y씨의 대화를 알게 됐다"고 주장한 것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곽 교육감과 L씨는 서울대 법대 동기로 40년 지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곽 교육감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 있는 지금, 곽 교육감 측 협상대표자들은 "L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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