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자메이카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제시 윌리엄스(28∙미국)는 19세의 나이로 2m21을 넘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높이뛰기 '신동'이 나타났다며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7년 동안 윌리엄스는 본인 최고 기록을 6㎝ 올리는 데 그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며 9위에 머물렀다.
윌리엄스는 2009년 겨울 도약 자세를 완전히 바꿨다. 오른발 점프에 더욱 무게를 싣기 위해 도움 닫기 방향도 더 틀었다. 9년차 베테랑에게는 도박에 가까운 변신. 그러나 윌리엄스는 2010년 미국 육상선수권에서 2m26으로 생애 두 번째 정상에 오르더니 지난 6월 같은 대회에서는 2m37을 넘어 시즌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밑바닥에서 피어난 열정이 드디어 그를 '1인자'로 만든 셈이다.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윌리엄스는 알렉세이 드미트릭(27∙러시아)와 같은 높이를 뛰었지만 시기에서 앞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윌리엄스는 1차 시기에서 2m35를 기록한 반면 드미트릭은 2차 시기에서 바를 넘었다. 세계 기록은 1993년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가 세운 2m45.
감격에 겨운 윌리엄스는 민 머리를 감싼 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은메달리스트 드미트릭이 악수를 청하자 이내 정신을 차린 윌리엄스는 관중을 바라보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실감했다. 동메달은 바레인의 트레버 배리(2m32)가 차지했다.
지난 3월 유럽 실내육상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하는 등 올해 4월까지 7차례 출전한 모든 대회를 싹쓸이 한 러시아의 이반 유코프는 본인 최고 기록에 4㎝ 뒤진 2m32를 넘는데 그쳐 5위에 머물렀다.
대구=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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