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이번에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아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연준이 경기부양책을 미룬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정책수단을 동원해 미국 경제 살리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이벤트는 8일 저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다. 상원과 하원 합동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더블딥(이중침체) 논란에 휩싸인 미국 경기를 건질 대책을 발표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의회 연설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에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로 논란이 퍼진 부유층 증세와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도 연설 내용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부양 방안이 의회에서 공개되는 만큼 공화, 민주 양당의 합의가 필요한 대책이 핵심 내용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 공화 양당이 부채상한 증액협상에서 첨예하게 대립한 것에 비쳐볼 때 이번 대책 역시 실효성이 크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의회연설이 대선을 겨냥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행위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의회 통과 가능성을 고려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워싱턴이 정치를 접고 국가에 최선책이 무엇인지 결정해야 할 때"라며 "미국 경제를 재건할 초당적 제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보다 절박한 쪽이 오바마 대통령이란 점에서, 공화당 주장이 전폭 수용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실업률이 9% 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데 2차 대전 이후 실업률이 6%를 넘는 상태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 유일했다. 현재 미국에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인력이 2,500여만명에 달한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대책에 대해 역제안 방식으로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증세문제만 해도 최근 여론을 감안해 재정적자 감축의 해법으로 인정하면서, 증세 대상을 중산층 이하로 확대하자며, 민주당이 주장해온 부자증세에 역공을 가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쟁에 뛰어든 미셸 바크만 하원의원은 미국인의 47%가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며 중하위층을 직접 겨냥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존 헌츠먼 전 주중대사,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증세 문제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당초 노동절 직후인 7일로 예정됐으나 공화당 대선후보 8명의 TV 토론회 시간과 겹치면서 하루 연기됐다. 7일 연설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경쟁자 견제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에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하루 늦춘 8일 의회연설을 역제안했고 체면을 구긴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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