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 중앙은행에 걸맞은 금융감독 기능을 요구해온 한국은행의 숙원이 풀렸다. 개정안은 물가 안정만을 규정했던 한은의 정책 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했다. 이로써 한은은 산하 은행감독원이 1999년 출범한 금융감독원에 흡수되면서 내줬던 금융감독권 일부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취지대로 건전한 금융감독이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유관 기관의'밥그릇 싸움'을 넘어서는 협력이 긴요하다.
개정 한은법의 골자는 금융안정 책무를 명시한 것 외에, 금융사 조사권 강화, 긴급유동성 지원제도 개선,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 등이다. 금융사 조사권 강화는 금융안정 책무 수행을 위해 당연한 규정이다. 시중은행 외에 제2금융권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과, 금감원과의 공동조사권을 강화한 게 핵심이다.
아울러 시중은행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기준을'통화와 은행업의 안정이 직접 위협 받는 중대 긴급사태'에서 '자금 조달 및 운용의 불균형 등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완화, 한은의 정책 운용 폭을 크게 넓혔다. 금융권 자금 조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금융채에 대한 지급준비금 부과는 금융사들이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탄력적인 지급준비금 부과는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한은에 이 정도 기능과 권한을 부여하는데도 기관 사이의 갈등이 많았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계기로 금융감독 기능을 분산해 견제와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확산된 데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 등은 금융감독권 분할에 끝까지 저항했다.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뒤 1년 9개월이나 표류한 데서 보듯, 앞으로도 논란과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은에 새로 부여된 기능을 권력이라기 보다는 책임이라고 본다. 금융감독원도 '밥그릇 싸움'에서 한은에 밀렸다고 실망할게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 한은과 대승적 협력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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