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인터넷은 정말 빠르다. 그 외의 것은 준비가 덜 돼 있다. 특히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취재하고 있는 30년차 육상 전문 기자의 한 줄 평이다. 오스트리아 최대 일간지 크로넨 자이퉁의 올라프 브로크만(58) 기자는 1983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1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육상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왔다. 이번이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포함해 36번째 육상대회 취재다. 말 그대로 세계육상의 산 증인인 셈이다. 당연히 88년 서울 올림픽도 그의 취재수첩에 포함돼 있다.
브로크만씨는 "개막 전에는 미디어 숙소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간에 쫓겨 택시를 타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교통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장난 삼아 소를 타고 이동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교통이 대구보다는 더 좋았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27일 조직위원회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보안 점검을 한다고 경기장 문을 폐쇄해 자정이 가깝도록 출입구를 찾아 다닌 황당한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조직위에서 깜짝 쇼를 하는 줄 알았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가 꼽은 최고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91년 도쿄대회다. 칼 루이스, 마이크 파월(이상 미국) 등 슈퍼스타들이 세계육상계를 이끌기도 했지만 도쿄 조직위의 완벽한 준비로 최적의 환경에서 취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도쿄대회를 설명하면서'well-organized(잘 조직된)'란 단어를 수 차례 언급했다.
브로크만씨는 "대회마다 문제점은 항상 있다. 핵심은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대구 대회는 그런 게 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기장 시설과 관중들의 응원 문화는 정말 좋다. 자원 봉사자들의 열의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독일의 일간지 라인팔츠의 클라우스 쿨만 기자도 비슷한 충고를 했다. 10차례나 세계육상선수권을 경험한 그는 "경기에 대한 것만 취재하는 게 기자가 아니다. 대구대회를 소개하면서 한국에 대한 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대회는 외국 기자들을 위한 그런 준비가 부족한 편이다"고 말했다.
스위스 통신사 소속인 프티장 기자는 "대회 운영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기려는 문화가 필요하다. 대구가 다음에도 국제대회를 유치하려면 도시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대회 운영에는 합격점을 준 바하마의 샐던 롱리 나소 가디언 기자도 "영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가 많지 않다면 영어로 된 표지판을 잘 정비해 놓았으면 좋겠다. 만약 올림픽처럼 여러 경기장에서 대회가 열렸으면 큰 혼란이 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대회 '기록 흉작'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브로크만씨는 "기존 세계 기록들은 넘을 수 없는 벽같이느껴진다. 대구대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쉽게 깨트리기 힘든기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쿨만씨는 "세계육상선수권이 점차 중요도에서 올림픽에 밀리고 있는 추세다. 선수들도 올림픽으로 가는 준비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기록이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대구=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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